국세청의 '자료제출 회피'라는 구시대적 행태가 국세청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국세청은 "별도 구분 자료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 또는 "개별과세 정보라서 답변할 수 없다"는 등 전통적인 회피수단을 통해 교묘하게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허위로 작성된 답변서를 제출하기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은 16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최근들어 국세청의 정보공개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2006년 공개청구 1242건, 비공개 578건, 공개비율 52.9%) 2004년 이후 정보공개비율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헌법과 국회법 등에 규정된 국회 재경위의 자료요구에 대해 매년 똑 같은 변명을 되풀이하며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이 꼽은 국세청의 대표적인 자료제출 거부멘트는 '000는 별도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지 않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와 '000는 개별과세정보로서 국세기본법 규정에 따라 답변 드리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등 두 가지 유형.
자료제출 시한을 1달 이상 끌어 혹시나 있을 문제제기 소지를 없애는 것도 일상다반사라는 지적.
문 의원은 "자료요구 후 1주일 정도 모른척 가만 있다가 1주일 후 전화를 걸어 어떤 수준에서 작성하면 되는가 의원실을 떠본뒤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으면 1장에 10줄 이내로 불성실하게 답변한다"며 "불리한 자료라 판단되면 또 1주일 정도 '쥐죽은 듯' 가만히 있다가 강요하면 그때서야 두리뭉실한 자료를 보내 의원실의 진을 빼놓는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국세청이 불리한 자료는 감추고, 숨기는 허위답변자료 제출사례도 몇 가지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콘도회원권 추가구입(10구좌)를 보고한 뒤 콘도 등 회원권 보유 현황 자료를 요구하자 '국세청이 보유하는 회원권은 없다'라는 허위답변서를 제출했다가 거짓을 추궁하자 '세우회' 명의로 구입했으며 '카드회사와 제휴를 맺은 개인직원용 복지카드 캐시백 적립분(2억2000만원)으로 구입했다'며 정부구매카드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고 오히려 따져 물었다고 문 의원은 소개했다.
또 전현직 국세공무원들의 친목단체인 '세우회'에 대한 수익사업 등 손익자료 관리감독내역자료를 요구하자 '순수한 친목단체로서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허위답변 후 현행 법상 관리감독 근거를 제시하자 오히려 '그런게 있었냐'라고 반문하는 등의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고 문 의원은 지적했다.
문 의원은 "국회가 제반사항을 점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고유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국세청 훈령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을 어떻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라며 "이 같은 국세청 행태로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는 '물감사'도 아닌 '맹인, 코끼리 다리만지기식 감사'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소멸시효완성으로 연간 수 조원의 국세채권이 날아가도 '별도로 관리를 안해 모르겠다'는 당당함으로 버티는 등의 부적절한 행태는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며 "고의로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행위는 국감방해 행위로서 진위를 밝혀 위증 등의 죄를 물어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