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세청에 대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국세공무원법제정과 관련해 법을 만들어주겠다는 야당 의원의 강한 의지 피력과는 달리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는 국세청장의 답변이 강한 대조를 이뤄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실 국세공무원법의 제정과 관련해서 보다 강한 의지를 가졌던 것은 전군표 국세청장 쪽이었습니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지난 7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세청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국세공무원의 전문성과 청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직·직무범위·인사 등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국세청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청장은 또 국세청장 임기제와 관련해서도 "국세청장 후보자로 임기제에 대해 입장을 피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국세청장의 임기가 보장되면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국세행정의 수행이 가능하지만, 행정수반의 임면권을 제약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16일 국정감사에서는 국세공무원법 제정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역설한 것은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었습니다.
엄 의원은 이날 "업무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 청렴성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국세청과 국세공무원의 특수성을 감안해 이들을 특별히 규율할 가칭 국세청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엄 의원은 특히 "과거 권력기관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려면 국세공무원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이 문제를 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과 상의했다"며 당 차원에서 추진할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엄 의원이 밝힌 법 제정내용은 ▲청장 임기제의 도입 ▲국세청장의 내부승진의 제도화 ▲(국세청 간부들의)고위공무원단제도 적용의 명시적 적용배제 ▲인사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및 외부간섭 최소화 ▲국세청 직원의 보수 및 직급체제 개편 등 말 그대로 국세청의 입맛에 '딱'맞는 것이었습니다.
국세청으로서는 '감히 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원하고 원하던 바(不敢請固所願)'였던 셈이지요.
그러나 전군표 국세청장의 이날 표정은 신중하기 이를데 없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 청장은 국세공무원법 도입필요성에 대해선 "국민공감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슬쩍 한발 물러섰습니다. 노련함이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전 청장은 이어 "과거 이주성 국세청장이 국회 상임위 보고를 한 바로 그날 사임을 발표해서 정치적 외압의혹이 있었던 만큼, 통치권자 입맛대로 수장을 교체할 수 없도록 청장임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전임 청장 퇴임은 외압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 청장은 "임기의 안정적 보장은 국세행정을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행정수반의 인사권을 제약하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엄 의원의 "검찰과 경찰청장 임기가 2년이다. 타기관 수장과 형평을 고려해서 2년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똑같이)청문회를 거치는 검찰, 경찰과 비교하면 그 정도가 적정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아울러 "임명권자 입맛에 맞는 청장은 국민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만큼, 국세청장은 반드시 내부에서 승진하는 제도가 정착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는 "경찰청장이 경찰공무원에서 되고, 검찰도 검사에서 되듯 국세청장도 업무성격 측면 등에서 어렵고, 많은 일을 공부해서 할 시간이 없다. 내부승진전통이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위공무원단제도를 상위직급이 적은 국세청까지 도입하면 전문성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는 주장에 대해선 "전산정보관리관은 개방형직위가 예정돼 있다. 다만, 사례가 없지만 문제가 생기면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고 신중론을 폈습니다.
엄 의원의 "6급 이하 퇴직자가 상당하다. 상황이 이러면 별도 보수표나 별도 승진체계 등 독자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많은 직원들이 그런 희망을 갖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엄 의원이 내놓은 국세청법의 제정은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이날 엄 의원의 제안과 국세청장 간의 대화를 지켜본 많은 국세공무원들은 '불감청 고소원'이라는 말을 되뇌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