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위원장, "도덕성 회복 힘쓸 것"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공정위의 도덕성 문제에 대한 추궁이 잇따랐다. 민간근무 휴직제도를 통해 공직자들이 약정 금액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받은 문제에 대한 지적과 함께 로펌으로의 재취업 및 기업 소송 관련 커넥션 의혹 등 공정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계속됐다.
서혜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민간휴직근무제를 통해 법무법인에서 근무했던 공정위 과장들이 해당 법인이 대리인으로 나선 사건을 담당했다"며 "기업과의 유착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도 "KT가 지난해 8월 시내전화요금 담합 혐의로 11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후 소송을 제기하면서 모 법무법인과 소송대리계약을 맺었다"며 "그 법무법인이 공정위 출신을 잇따라 영입하는 등 공정위-KT-법무법인 사이의 부적절한 커넥션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같은 당의 박계동 의원은 "공정위에서 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던 사람이 로펌에서 공정위 관련 소송을 담당 및 수임하고 있으니 재판이 제대로 되겠나"라며 "심각성을 모르고 살피지 않는 것은 공정위의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공직자의 재취업 문제는 공정위 뿐 아니라 재경부, 국세청, 금감원 등 다른 경제부처에도 불똥이 튀었다. 한나라당에서 이들 4개 부처의 민간근무 휴직 및 취업 적법 여부에 대해 감사청구를 요청한 것.
감사를 요구한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 "공직자 윤리법의 자본금 50억원 이상 유관업체 규정은 법무법인에 적용되지 않고 있고 이를 통해 각종 로비와 비리 혹은 경력을 쌓는다면 제도 자체가 필요 없다"며 "경찰에서 수사과장을 하던 사람이 조폭단체에 가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박병석 정무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업무와 관련이 밀접한 곳의 공직자 재취업 문제에 대해 공정위와 정부가 모두 깊이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 의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라며 "양당 간사 협의를 거쳐 감사청구 요청건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은 공정위 민간근무 휴직자의 약정수당 외 보수를 받은 점에 대해 "내역을 보면 너무 많은 돈을 받고 있고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민간근무 휴직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단계 판매회사들의 공제조합에 공정위 출신들이 대거 합류해 다단계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다단계 판매회사들이 만들고 있는 공제조합에 공정위 출신자들이 가서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데 무슨 감독이 되나"라며 "공정위가 업계와 유착돼 있고 각종 로비와도 밀착돼 있는데 공정거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민간근무 휴직제도는 초기단계라서 시행착오가 있고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공정위 성격과 관련해 제도나 관행적으로 고칠 것을 깊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공정위가 잘못한 점을 지적 받았지만 열심히 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면서 "앞으로 지적받은 사항과 도덕성 회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공정위 직원의 국회의원 및 언론 비하 녹취록 논란이 불거졌다. 이승희 민주당 의원이 "국회와 언론은 돈만 주면 다 한다"는 내용의 공정위 사무관 녹취록을 공개한 것.
이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의 한 사무관은 중소기업 대표에게 대기업이 국회와 언론에 로비를 하는 바람에 불공정거래를 해도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무위는 과천에서 근무중인 해당 사무관을 긴급히 증인으로 출석시켜 사실확인을 하려 했으나,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적절히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박병석 정무위원장 직권으로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