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해결사' 카타르, 하마스와 인질 협상 중…입지 활용해 확전 방지도

블룸버그 "카타르, 전선 확대 방지 위해 헤즈볼라와도 협력"

무장단체와의 우호적 관계 활용…美요청에 '하마스 정치사무소' 개설

지정학적 해결사…"인질문제에 없어서는 안 될 외교도구"

가자지구에 붙잡혀 있는 인질들의 송환을 위해 카타르가 하마스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카타르는 하마스, 헤즈볼라 등 무장 단체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이용해 전선 확대를 방지하는 등 독특한 입지를 활용하며 '지정학적 해결사'로 불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이 인질들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카타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국이 하마스에 붙잡힌 미국인 인질의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블룸버그통신의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가자지구로 끌려간 약 200명의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하마스와의 협상을 벌여온 것은 카타르였다.

아울러 카타르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이스라엘 북부 제2 전선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지 위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와도 협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하마스, 헤즈볼라 등의 무장 단체와의 우호적인 관계 때문에 한때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가 단절됐지만 현재 그러한 독특한 입지를 지정학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타르 정부 관계자는 하마스와의 채널을 열러 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2012년 미국 정부와 협력하여 카타르에 하마스 정치 사무소를 개설했으며 이번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사태의 안정을 위한 미 정부의 중재 노력에도 사무소가 활용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러시아 침공 당시에도 카타르는 우크라이나 어린이 4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협상을 성공적으로 중재한 바 있다. 지난달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맞교환에도 카타르의 수도 도하가 경유지로 활용됐다.

블룸버그는 "카타르가 '지정학적 해결사'로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며 "미국도 하마스 지도자들과 중동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를 동시에 받아들이고 있는 카타르 없이는 걸프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위험컨설턴트 유라시아 그룹의 아이함 카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책임자는 "카타르는 현재 인질 문제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외교 도구"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당국은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