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늪 독일, '경제구조 닮은' 한국이 전철 안 밟으려면

대외경제硏, '독일 경기침체의 원인과 대응' 분석

獨, 주요국서 유일하게 '역성장' 전망…"회복 더뎌"

노동시장 경색·중국경기 둔화 등 주요인으로 꼽혀

중국 의존 낮추고, 숙련노동자 유입 등 정책 펴

"한국도 수출입 다변화, 이민정책 수립할 필요"

주요국 가운데서 독일이 유일하게 올해 '역성장(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면서, 독일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일할 사람' 부족이 성장동력을 깎아 먹고 있으며, 중국의 경기둔화로 대중(對中) 수출에도 타격을 받고 있다. 현재 독일은 이런 경제구조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는 상태다. 대중국 무역 비중, 인구구조 변화 등이란 측면에서 한국도 독일과 유사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한국도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외국인(이민) 정책을 수립하면서 노동공급 부족 상황에 대비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내놓은 '독일 경기침체의 원인과 대응'이란 보고서에서 "독일은 2022년 말부터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서 최근까지 정체 또는 후퇴하고 있다"며 "공급, 수요, 정책 및 구조적 측면에서 경기 하방요인이 상존해 회복이 더딜 것"이라고 했다.

해외 경제기관에서 바라본 독일 경제는 주요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독일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5%·-0.2%·-0.4%로 봤다. IMF 전망만 떼어내서 보면 유로존 0.7%, 프랑스 1.0%, 이탈리아 0.7%, 영국 0.5%였다. 미국(2.1%)과 한국(1.4%)은 유럽 국가보다 높았고, 독일은 그중에서 가장 좋지 않았다. 내년 예상 경제성장률이 독일(0.9~1.1%)보다 낮은 국가는 영국·이탈리아 뿐이다. 올해 역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경제회복이 빠르지 않다는 의미다.

독일 경제의 침체엔 '노동시장 경색'이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KIEP는 "팬데믹 기간 중 해고·조기은퇴·병가 등으로 인해 취업 인구가 줄었으며, 롱코비드(후유증)에 따른 업무 미복귀 등의 이유로 노동공급이 노동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관찰된다"고 밝혔다. 올 3분기 현재 독일의 공석률(기업의 구인수요 중 아직 채워지지 않은 일자리 비중)은 4.1%로, EU 평균(2.7%)보다 높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도 경제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은 독일의 제4위 수출대상국이자 제1위 수입대상국이다. 그런데 대중국 수출액은 2022년 3월 100억 유로를 넘었다가, 올해 8월 82억 유로까지 뚝 떨어졌다. 향후 중국의 성장률 하향조정 국면에선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기도 동반 후퇴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KIEP의 분석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급격히 올라, 독일 내 제조업 생산·운송 비용을 늘린 부분도 악재다.

KIEP는 "독일 연방정부는 단기적으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위기 해결책으론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수출입 다변화, 숙련노동자 유치 등을 제시하고 있다. 수출입 정책은 중국 등 대외수요 감소의 자국 내 영향을 줄이는 방향인 수출입 상대국을 넓히는 전략으로, 노동자 유치는 전문인력이민법 제정을 통해서다. 
KIEP는 "한국은 제조업 비중, 대중국 무역 비중, 대외의존도, 인구구조 변화 등의 측면에서 독일과 유사하기 때문에 독일 사례를 참고로 경제체질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역액(수출+수입) 비중은 96.5%로, 독일(99.99%)과 유사하다. 중국이 한국·독일 양국 모두에게 최대 교역 국가라는 점도 똑 닮았다. 노동시장을 보면 한국의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71.0%(2022년)로, 독일(63.8%)보단 높다. 그러나 한국의 출생률(2021년 0.81명, OECD 꼴찌)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가능인구의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다.

독일이 겪고 있는 경제부진이 장단기적으로 한국에서 실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IEP는 이에 "제조업 및 수출 의존 경제는 대외수요 감소 등 통상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며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이 커지도록 경제구조를 개선해가는 한편, 수출입 상대국을 다변화해서 대외 리스크에 대한 경제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독일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해외로부터 숙련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으므로, 한국도 이를 참고해서 외국인(이민) 정책을 수립해 노동공급 부족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지난해부터 각종 행정죄를 통해 이민비자와 취업비자 발급 수를 대폭 늘리고 있다. KIEP는 에너지 전환을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인프라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되, 에너지 비용과 국내산업 역량을 고려해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