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달부터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 '흑연' 수출 통제
WP “中의 가장 강력한 조치…美청정에너지 사업에 타격”
美흑연 수입, 3분의 1이상 中에 의존…한·일 의존도는 90% 넘어
◆…지난 15일, APEC참석 및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미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로이터>
앞서 중국 정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를 발표한 지 불과 3일 만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흑연 수출을 12월부터 허가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앞선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이은 조치다.
당시 웨이 젠궈 중국 전 상무부 부부장은 "중국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유형의 제재를 지니고 있다"며 "우리 첨단산업에 대한 규제가 계속 강화되면 중국의 대응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흑연 수출 통제 조치가 미·중 기술 전쟁에서 이뤄진 조치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화석연료를 줄이고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갈륨, 게르마늄, 흑연 모두 미국의 경제 또는 국가 안보에 핵심이 되는 중요한 광물로 간주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세 가지 광물 모두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흑연 생산국이자 미국 흡연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국가다. 한국과 일본 또한 흑연 수요의 90%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또한 30일 자 보도로 한국과 일본의 배터리 기업이 수출 통제에 대응하고 있다며 "중국 산업 공급망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고 전했다.
중국 산업 정책 전문가이자 연구 컨설팅업체 시놀리틱스의 조스트 우베케는 중국이 핵심 원자재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해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가 효과가 좋은 만큼 중국도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15일, 1년 만의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전문가들의 예상만큼 양국의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의가 "고위급 의사소통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것"이라며 "실질적인 결과에 낮은 기대를 걸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WP는 이 같은 중국의 제재가 미·중 경쟁이 얼마나 확대되었는지를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은 대만, 남중국해,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을 놓고 수년간 충돌을 빚어왔으며 수출 통제 및 보호주의 정책을 통해 패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중 수출 제재를 기반으로 중국에 대한 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통제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또한 광물 수출에 대한 제한이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