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극장.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관광공사는 2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로 '우리 동네 레트로'를 선정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으며 옛 감성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레트로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동광극장
1959년 당시 번화가였던 경기도 동두천시에 문을 연 동광극장은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 2018년 유튜브 채널 '와썹맨'에 나오면서 '와칸다 극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세대를 넘나드는 레트로 극장으로 휴게실에는 1980년대 구입해 20여 년 동안 사용한 영사기, 옛날 극장에 있던 수족관이 눈에 띈다. 283석을 수용하는 상영관은 밖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르다. 갈색 가죽 의자는 반짝이고, 멀티플렉스 특별관에 있는 리클라이너도 갖췄다. 일부 좌석은 테이블과 보조 받침대 등이 있어 편하다.
좌석은 지정석이 아니라 먼저 앉는 사람이 주인이다. 관람료 9000원으로 최신 개봉작을 멀티플렉스보다 저렴하게 볼 수 있다. '전국에서 유일한 단관 극장'이다보니 지난해에는 '경기도 대표 오래된 가게(경기 노포) 12선'에 들기도 했다.
◆태백 철암탄광역사촌
◆…철암탄광역사촌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1980년대 탄광산업이 번성했던 철암동 일대에 조성된 태백 철암탄광역사촌은 옛 탄광촌 주거 시설을 복원·보존한 생활사 박물관이다. 태백시는 사업비 41억여원을 들여 철암천변 까치발 건물 11채를 보전·복원해 2014년 철암탄광역사촌을 개관했다.
1960∼1970년대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절 좁은 공간에 여러 세대가 살 수 있도록 지층 아래 공간을 마련하고,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철암천 쪽에 기둥을 세워 건물을 증축했다. 지지대 모양이 까치발처럼 생겼다고 해서 '까치발 건물'이라고도 불린다. 광산 개발 당시의 환경과 철암의 삶과 애환을 느낄 수 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11개 건물 가운데 페리카나, 호남슈퍼, 진주성, 봉화식당 등 총 6개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광부들이 모여 살던 산동네에 오르면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국가등록문화재)과 쇠바우골탄광문화장터, 철암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첫째·셋째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없다.
철암탄광역사촌 인근에는 태백8경에 드는 구문소(천연기념물)와 해발 800m에 자리해 목가적 풍경이 펼쳐지는 몽토랑산양목장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부여 규암마을
◆…부여 규암마을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과거 나루터와 오일장을 중심으로 번성한 규암마을은 1960년대에 백제교가 생기며 쇠퇴했다.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 빈 상가가 남은 마을에 공예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레트로 여행지로 거듭났다.
규암마을을 널리 알린 건 책방세간이다. 80년 된 담배 가게를 허물지 않고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책방이다. 공예 디자이너 출신 박경아 대표는 책방에 이어 카페 수월옥, 음식점 자온양조장, 숙소 작은한옥 등을 만들고, 네 공간이 들어선 거리를 '자온길'이라 이름 붙였다.
부여군은 123사비공예마을을 운영하고 규암마을에 흩어져 있는 12개 공방을 지원하며, 123사비창작센터와 123사비레지던스를 통해 청년 공예인에게 작업실과 숙소를 제공한다. '123사비'는 123년에 이르는 사비 백제 역사를 바탕으로 공예인의 손길을 따라 새롭게 태어나는 규암마을이 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이름이다. 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에서는 오는 3월부터 작가들의 작품 전시와 플리 마켓 등이 열린다.
◆군위 화본역·엄마아빠어렸을적
◆…군위 화본역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대구 최북단에 자리한 군위가 최근 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인기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역사(驛舍), 학교, 농가 등 인구가 감소하며 자연스럽게 쓰임을 다한 낡은 건축물이 여행 명소로 재생한 것이다.
화본역은 1938년 2월 중앙선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도 군위에서 유일하게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뽑힌 화본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간이역', '1박 2일' 시즌4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들에 소개돼 더욱 유명해졌다.
드라마 세트장처럼 아기자기한 역내,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1930년대 말에 열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급수탑, '화본역' 시비, 폐차한 새마을호 동차를 활용한 레일카페(주말·공휴일 운영) 등이 흥미롭다.
아울러 1954년 4월 개교해 2009년 3월 폐교한 옛 산성중학교 건물을 활용해 만든 '엄마아빠어렸을적'은 1960~1970년대 화본마을 생활상을 전시한 농촌 문화 체험장이다. 교실과 문방구, 만화방, 이발소, 구멍가게, 연탄 가게, 사진관, 전파상 등을 재현하고, 옛날 교복 입기와 사륜 자전거 타기, 달고나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군산 시간여행마을
◆…군산 초원사진관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군산 시간여행마을은 대표적인 레트로 여행지다. 다양한 근대건축물은 물론 1980~1990년대 감성을 오롯이 간직한 골목 풍경이 정겹다.
군산의 근대역사를 엿볼 수 있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방문객들이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 왼쪽에는 구 군산세관 본관을 활용한 호남관세박물관이 자리한다. 오른쪽으로 구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을 보수·복원한 군산근대미술관과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을 활용한 군산근대건축관이 이어지고, 이들 뒤쪽에 진포해양테마공원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건립한 군산 해망굴을 거쳐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촬영한 초원사진관도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사랑 받고 있다. 신흥동 산비탈에 자리한 말랭이마을은 최근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빈집이 미술관과 책방, 공방으로 하나둘 변신하면서 레트로 여행지로 눈길을 끈다. 일본인 부유층 거주지 신흥동에 남은 일본식 가옥과 사찰 동국사도 시간 여행의 특별한 볼거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