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그룹이 피해액만 4조원을 넘는 다단계 사기극을 벌일 수 있었던 데는 음지와 양지에서 이 그룹을 도왔던 각계 유력 인사들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검찰 수사팀은 의심하고 있다.
로비를 통해 확보해 놓은 검찰과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음지의 비호세력으로 활용하고 그룹 자문위원 등으로 위촉된 유명인들은 외부에 적극 노출해 '얼굴마담'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금품을 받고 이 그룹의 뒤를 봐줬다고 '국정원 보고서'에 적힌 총경급 경찰간부, 공정위 과장, 지방자치단체장, 판·검사, 언론계 인사 등 62명이 제이유 지원세력으로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검찰 수사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청와대 이재순 사정비서관, 박모 치안감, 정승호 전 동해경찰서장, 서울중앙지검 K모 차장검사 등이 제이유와 직·간접적으로 거래한 흔적이 드러남으로써 국정원 보고서의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로비대상자는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 등 정계 40여명, 경찰 60여명, 법조계 10여명, 언론계 간부급 20여 명이었다며 이를 압축한 것이 국정원 보고서다'라는 소문도 있어 실제 비호 및 얼굴마담 역을 맡은 인물은 훨씬 많을 수도 있다.
주수도(50)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검찰이 로비스트로 지목하고 있는 한의상(45)씨 집에서 압수한 선물대상 명단에는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A씨와 현역 의원 B씨, 경찰관 6명, 법조계 인사 3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들의 과거 행적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유력 인사들이 제이유와 '검은 고리'로 연결돼 우리 사회 곳곳에서 풍기는 악취를 제거하려던 사정당국의 칼날을 무력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면 일부 저명인사들은 이 그룹의 임원, 자문위원의 모습을 한 채 공개석상에서 제이유를 노골적으로 홍보했다는 정황때문이다.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을 역임했고 인기 아나운서 출신 박용호씨는 주수도 회장 다음 가는 자리인 그룹 부회장을 지내다 주 회장이 구속된 직후 사직했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주변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회사에서 일정한 직급과 급여를 받는 임원 외에도 제이유는 유명인사들을 '자문위원'으로도 내세워 제이유의 '공유마케팅'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증폭시켰다.
2004년 5월 공식 출범한 자문위원단은 주로 정계, 학계, 법조계, 언론계 인사 60여명으로 구성됐다. 창립 당시 서한샘 전 의원이 회장을, 이길재 전 육군본부 헌병감과 나종태 전 서울지법 판사가 부회장, 박세직 전 88올림픽 조직위원장이 고문을 맡았다.
7대 대선에서 민중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성보경씨도 자문위원이었고 외교관과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출신 인사도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원 뿐 아니라 본인이 직접 다단계 사업자나 계열사 대표로 활동하며 제이유 마케팅을 홍보한 이들도 다수다.
신구범 전 제주기사는 제주도 유기농 농산물을 제이유에 납품하던 계열사 '삼무'를 설립했고 자문위원단 회장이기도 한 서한샘 전 의원은 자신의 학습지회사 한샘닷컴을 제이유 계열사로 편입시켜 다단계 사업자에게 학습지를 판매했다.
신순범 전 국회의원은 '꿈깡끼꾀끈꼴'이라는 저서를 납품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장학사업에 한샘닷컴 서적을 기증받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종암경찰서 서장으로 발령받은 뒤 성매매와 전쟁을 선포해 한때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던 김강자씨도 사업자로 활동했으나 본인은 정작 "제이유 사업으로 수억원을 손해봤다"고 항변하고 있다.
탤런트 견미리씨와 '장난감 병정'을 부른 가수 박강성씨 등도 사업자로 활동하며 사내방송, 사보에 얼굴을 내밀었다.
제이유측은 "자문위원은 자발적으로 회사에 기여했고 따로 보수를 받은 것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업 피해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제이유사업피해자고소인단 관계자는 "이들은 회사 사내방송에 정기적으로 출연해 제이유의 다단계를 찬양하는 등 순진한 이들이 빠져들도록 도왔으므로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는 것이 마땅하다"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유명인사들이 무보수로 주 회장을 도왔을 리 만무하며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수당을 받거나 따로 뒷돈을 받는 등 특혜를 누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