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장서 질식작용제 클로로피크린 사용
국무부, 화학무기금지조약 금지 규정 위반 주장
러시아 정부기관 3곳·기업 4곳 제재 대상 지정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에서 생화학무기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화학무기 클로로피크린을 사용해 화학무기금지조약(CWC)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의 화학물질 사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고 요새화된 위치를 방어하기 위해 작전상 화학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클로로피크린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S)에서 금지된 질식작용제로 인간의 폐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OPCWS 가입국으로 조약 준수 의무가 있다.
미 국무부의 이같은 결론은 러시아가 최루가스인 시에스(CS) 와 시엔(CN)가스를 주입한 수류탄을 사용했다는 우크라이나군의 증언과 일치한다고 CNN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3월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러시아가 전쟁에 금지된 독성 화학물질이 장착된 최루탄을 사용한 사건이 2월에만 250건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 우크라이나 전투 의료진은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인화성 가스를 투하한 사건이 최소 9건 이상 발생했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는 이전부터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부인해왔다. 네덜란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 1월 X(옛 트위터)에 "국제조사에서 확인된 것처럼 러시아 군대 비축물자에는 화학무기가 없다"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가 화학무기금지조약 위반을 지속적으로 위반했다면서 과거 신경작용제로 독살한 작전과 같은 수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18년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아가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된 채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2020년에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노비촉' 공격으로 의심되는 독극물 중독 때문에 비행기 안에서 쓰러졌다.
미국은 러시아 생·화학 무기 프로그램 관련 러시아 정부기관 3곳를 제재하고 있으며 해당 기관을 지원해 온 러시아 기업 4곳도 제재 대상에 들어갔다. 제재 조치에 따라 제재 대상의 미국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들이 이들과 거래하는 것이 금지된다.
미 재무부도 러시아 생·화학 무기 프로그램 관련 러시아 군사 기관의 물품 조달에 개입한 3개 단체와 개인 2명에 대해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