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이미지 DALL·E)
블룸버그는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발생한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해 반도체가 국가안보에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경쟁이 촉발됐으나 현재 미국 기술 제조업의 부활부터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주도권 확보, 그리고 대만해협의 평화 유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걸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랜드연구소의 지미 굿리치 중국 및 전략 기술 선임 고문은 "중국과 기술 경쟁,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과 중국은 기본적으로 이를 최우선 국가 전략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자국 내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61억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세우는 인텔과 TSMC, 삼성전자에 각각 85억달러, 66억달러, 64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미국의 투자가 첨단 반도체 기술에서 다른 국가에 몇 세대 뒤처져 있는 중국에 대항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대만과 한국을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 만든 수십 년간의 국가 주도 인센티브에 대한 격차를 좁히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무부 지나 라이몬도 장관은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우리의 적과 경쟁자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므로 우리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EU는 역내 제조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463억달러 규모의 자체 계획을 수립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부문에 대한 공공 및 민간 투자가 총 1,08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약 360억달러 규모의 인텔 공장이 세워질 계획이다. 또한 TSMC는 독일에 약 110억 달러 규모의 합작투자사를 만들고 있는데, 이 자금 가운데 절반이 정부 자금이 될 전망이다. 다만 EU 집행위원회는 최종승인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EU 역내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충분하지 않을 거로 전망한다.
일본은 반도체 산업에 253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67억달러는 일본 남부 구마모토에 지어지는 TSMC 공장에 지원된다. 일본 반도체 연합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미터 로직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홋카이도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생산 반도체의 매출을 약 963억달러로 3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민간 부문의 금액을 포함하여 총 642억달러의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2일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73억달러(10조원) 규모의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위 국가들과 달리 직접 보조금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의 지원이 반도체 과잉 생산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번스타인의 사라 루소 분석가는 블룸버그에 "시장 주도의 투자가 아닌 정부 주도의 제조업 투자는 결국 필요 이상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위험은 실제 생산이 이루어지는 시점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엔비디아와 퀄컴, 브로드컴과 같은 기업이 AI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몇 년 뒤처졌다 있다는 의견과 곧 따라잡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많은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으로 자체 기술 도약에 필요한 전문성을 축적하고 있다. 또한 최첨단 AI 반도체를 대체할 반도체도 개발 중이다.
이스트 웨스트 퓨처스 컨설팅의 존 리 이사는 "중국 민간 부문과 중국 정부의 목표가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중국 민간 부문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자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밝혔다.
중국이 이 부문에 쏟아붓는 돈의 규모는 미국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주 중국이 1,42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에 자본금이 610억 달러가 넘는 반도체 기업이 200개 이상 있다며 대다수는 국영 기업에서 나온 것으로 자본이 실제 투입된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도 관련이 있다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와 관련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다시 대통령이 되면 중국산 제품에 6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직 미국 정부 관료이자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 그룹의 중국 및 기술 정책 전문가인 폴 트리올로 고문은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미중 기술 전쟁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