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서방, 군사 지원 너무 느려…러 미사일 같이 막아달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군사 지원에 관한 주요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을 돕고, 우크라이나가 국경 부근에서 서방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전쟁에 더 직접적으로 참여해달라고 서방 국가들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이 시작된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매우 강력한 전투가 돈바스에서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동부 돈바스 방향인 쿠라호베, 포크롭스크, 차시브야르에서 더 많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러시아가 하르키우에 대한 대규모 지상전을 펼치며 대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하르키우 북부의 상황은 이제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서방 파트너들에게 더 빠른 군사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최근 통과된 미국 무기와 탄약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고 있지만 미국 내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우크라 지원 패키지가 수개월간 의회에 표류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모든 군사 지원 결정이 1년 정도 늦어지고 있다"면서 "한 걸음 진전했지만 그 전에 두 걸음이나 후퇴했다. 따라서 우리는 패러다임을 조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과 서방 파트너들이 전쟁에 더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면서도 그들이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것을 경계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해를 한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는 의지의 문제"라면서 "모든 사람이 확전을 두려워한다. 동시에 모든 사람은 우크라이나인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익숙해졌다. 이는 확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 인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 상공으로 날아오는 러시아군의 미사일을 함께 요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전투기 300대를 투입하고 있다. 우리가 상공에서 이를 막으려면 최소 120~130대의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제공받은 무기로 러시아 영토 내 군 자산을 타격할 수 있도록 동맹국들과 협상 중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긍정적인 조짐은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오는 6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러시아와 깊은 관계를 유지 중인 중국이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가능한 한 많은 국가를 회의에 참여하도록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전 세계의 목소리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누구도 당장 내일 러시아가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우리가 주도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러시아는 이번 평화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 회의는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참여 의사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