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연금개혁’ 불발.. “과거엔 여당이 먼저 하자고”
“’올 오어 낫싱’은 후진 정치...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야”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5.22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김진표 의장은 2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과거에는 여당이 모수개혁이라도 하자고 먼저 그랬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국민연금 개혁이 정치권에서 화두로 떠올랐지만 끝내 무산됐다. 국회 막바지에 여·야가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던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만이라도 처리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국민의힘은 '구조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거부했다.
김 의장은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국민연금은 전 국민에게 이해관계가 있다. 정부가 만들어놓은 이 제도에 가입하는 국민들이 8~90%"라며 "이렇게 중요한 것을 2007년 모수개혁 한 번 하고 지금까지 못 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어 "작년에 연금 기반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는 보고가 나와서 급해졌다. 지금 신입사원들이 연금에 가입할 생각이 나겠나"라며 "시급한 개혁을 17년간 못 했던 것은 모수개혁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국회에서 예산 20억을 써서 공론화·숙의 과정을 거쳐 9%에서 13%까지 올리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는 지난 2022년 7월 여·야 합의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이후 특위에서 논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힘은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40%인 소득대체율을 43%로 올리는 방안을, 더불어민주당은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5% 방안을 각각 제안했다. 그러나 여·야는 소득대체율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은 불발됐다.
김 의장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린 것도 기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소득대체율도 여·야 간 간격이 컸지만 이재명 대표가 결단을 내려 국민의힘이 주장한 44%를 받겠다고 했다. 이렇게 합의를 이뤄내기 힘드니 모수개혁만이라도 해야 한다"고 해왔음을 강조했다.
이어 "전문가들 중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함께 하자는 주장은 없다"며 "구조개혁을 하게 되면 공무원연금·군인연금을 함께 개혁하자는 얘긴데, 그렇게 되면 공무원과 군인 이익단체들도 조직화돼 저항하면서 사용자·노동자 단체가 모처럼 합의한 연금개혁도 깨지게 된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내가 보기에는 채상병 특검 때문에 여당이 모든 걸 야당과 협력할 수 없다는 식의 정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여당은 국정 운영의 책임이 있다. 채상병 특검법은 그것대로 타협해 나가면 되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연금이 있지 않나"라고 쏘아붙였다.
김 의장은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이 21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4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김 의장은 지난 28일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부의된 쟁점법안 7건 중 ▲민주유공자법 ▲4·16 세월호피해 특별법 ▲한우사원지원법 ▲농어업회의소법안 등을 표결에 부쳤다.
김 의장은 "이 4개 법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내용을 깊이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며 "재의요구가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가 하는 부분을 깊이 생각하고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꼭 필요한, 합의된 것만이라도 일단 하자는 것"이라며 "나머지를 또 협의해 나간다면 국민들이 불필요한 소송에 따르는 모든 고통을 덜 수 있다. 이런 게 선진 정치인데 왜 '올 오어 낫싱'의 정치를 반복하나"라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