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사명 변경 통해 규제 회피
전문가,개별 기업 대신 기술 제재
◆…중국 허사이 '라이다(LiDAR)' 센서. 사진=허사이 홈페이지 캡처
'아메리칸 라이다'가 미시건에 회사를 세운지 한 달 후인 올해 1월 허사이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군 관련 기업 명단에 포함됐다. 라이다가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사이 그룹은 자사 라이다 제품이 무선으로 이미지를 저장, 전송할 수 없으므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미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키자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으로 위장하는 꼼수 사례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로 중국군 관련 기업 명단이 확대되면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 내 자회사를 설립해 미국식 사명으로 변경하거나 미국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규제 회피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은 미국·싱가포르 등에 법인을 별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선전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최근 미국 의회에서 미국 내 사업권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중국 생명공학회사인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그룹의 매사추세츠주 자회사 'BGI 아메리카스'는 최근 사명에서 BGI를 빼고 '이노믹스'로 브랜드를 변경했다. 미 의회 특별위원회는 사명 변경이 규제 당국의 감시를 피하려는 시도라며 국방부에 이노믹스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BGI 그룹은 군과 관련된 일은 없다면서 '이노믹스'는 미국인의 개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도 미국의 제재를 받기 전에 미국 자회사인 퓨처웨이를 설립한 바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의 개별 기업을 제재할 경우 브랜드를 변경하거나 자회사를 만들어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대신 기술을 제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전 위원인 데릭 가위스는 "중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지만 비즈니스 전략을 조정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중국 기업을 연구하는 하원의 한 보좌관은 "미국 정부가 블랙리스트로 눈을 돌릴수록 중국 기업들은 실체를 감추는 야바위(눈속임) 움직임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