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팹리스, TSMC에 생산 맡기려 '일부러' 성능 낮춰

일부 중국 AI 팹리스(설계) 회사들이 대만 TSMC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기 위해 성능을 낮춘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다.

로이터는 5일(현지시각), 현지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중국 AI 설계 회사들이 TSMC에 생산을 맡기기 위해 성능을 낮춘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군의 AI 및 슈퍼컴퓨팅 분야의 혁신을 방해하기 위한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 때문이다.

미국은 엔비디아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 조치로 인해 미국 반도체 제조 도구를 사용하는 TSMC를 비롯한 다른 해외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반도체 생산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지난 10월 시행된 미국의 최신 수출 규제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크게 제한하고, 중국 AI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TSMC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의 주요 AI 반도체 회사인 메타X와 엔플레임은 2023년 말, 미국의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성능을 낮춘 반도체 설계를 TSMC에 제출했다. 두 회사는 이전에 자사의 반도체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성능이 비슷하다고 홍보해 왔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메타X는 C280이라는 다운그레이드된 제품을 개발했으며, 올해 초 중국에서 가장 진보된 GPU인 C500의 재고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메타X와 엔플레임은 모두 중국 당국으로부터 중요한 분야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아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다. 메타X는 국산 고급 AI 트레이닝 반도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받았으며, 엔플레임은 국영 기업에 반도체를 판매하고 여러 지방 정부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화웨이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최근 중국 집적회로 산업 투자 펀드에 48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에는 44개의 파운드리가 있지만, 첨단 GPU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곳은 SMIC뿐이다. SMIC는 화웨이를 위해 생산 능력을 준비해 두고 있으며, 일부 AI 반도체 회사들에 제한된 생산 능력을 할당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미국이 국가 안보의 개념을 적용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