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기소시 직무 정지 '당헌 80조' 폐지
의장·원내대표 선거에 당원투표 20% 반영
與 "이재명 대권 맞춤 당헌 개정, '현대판 분서갱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회하며 의사봉을 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당 대표의 사퇴 시한을 당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 사퇴 시한 등에 대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대선 출마 시 사퇴 시한을 '대통령 선거일 전 1년까지'로 규정한 기존의 당헌 25조 2항의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할 수 있도록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이 최고위에서 통과됐다"고 전했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대표가 만일 대표직 연임 뒤 2027년 3월 대선에 출마하려 할 경우 2026년 3월에는 사퇴해야 한다.
그러나 당헌·당규 개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지휘해 공천권을 행사한 후 대표직에서 물러나 대선을 준비하는 게 가능해진다.
비상사태 시 지도부 공백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 대표 임기 관련 조항을 바꾼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표를 위한 맞춤형 당헌 개정'이란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당무위 의장은 당 대표가 맡고 있다.
이 수석대변인은 "현재 당헌·당규 조항은 (특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예외조항이 없기 때문에 완결성이 부족하다"며 "국민의힘에 있는 예외조항을 거의 그대로 인용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당권 대권 분리 규정에 예외적인 상황을 고려한 이유에 대해 "한국 정치 상황에서 여러 상황들이 있는데 1년 전이라는 법적 규정으로 딱 뒀을 경우보다는 유연하게 그것을 당무위 의결이라는 절차적 과정을 거친다고 하면 특별히 논의의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당헌 당규 개정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저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꼭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과 같은 '위인설관' 방식의 당헌·당규 개정을 구태여 추진할 필요가 있나"라며 "무리한 당헌 개정은 국민으로부터 더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했다.
또 최고위는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 역시 폐지하기로 했다.
당내 국회의장 후보 및 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모바일·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반영하는 등 '당원권 강화' 조항도 그대로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의 당 대표 사퇴 시한 등에 대한 당헌·당규 개정을 두고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 도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당헌 조항들을 모조리 바꾸었다"며 "이재명 대권 맞춤 당헌 개정,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비판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같이 말하며 "이재명 대권가도 앞에 숙의와 절차적 민주주의는 사치에 불과하다. 법을 파괴하고 상식을 무시하는 독선과 독주만이 가득하다. 그 책임의 9할은 이 대표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비판자를 구덩이에 묻고, 불리한 조항을 불살라 절대권력자의 자리에 올라 '여의도 대통령' 소리를 듣는다"며 "그렇지만 힘으로 쌓은 권력의 성은 오래갈 수 없다.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