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3개월 장관' 방문규, 대기업의 '제3자 KC셀프인증' 허용?

임기 9일 남은, 방 전 장관의 급작스런 전안법 개정

안전인증 영리법인 확대, 대기업 셀프인증 가능성

해외인증법인 국내 진출 본격화..글로벌 경쟁 시작

산업기술시험원·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수익 악화 우려

KC 안전인증기관이 민간으로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방문규 제74대 전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장관이 총선 출마 전 3개월간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전기·생활용품 KC 안전인증기관 영리법인 참여확대'라는 중대한 문제를 급히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KC 안전인증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영리법인의 주요 고객사가 대기업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기업이 이들 영리법인을 활용해 KC인증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KC 안전인증 제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 '3개월 장관'이 한 전안법 개정
방 전 장관(2023년 9월 20일~2024년 1월 4일)은 퇴임 9일 앞두고 대통령령으로 시행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령'(이하 전안법)을 일부 개정해 지난해 12월 26일에 입법예고를 했다.

이창양 제73대 전 산자부 장관(2022년 5월 12일~2023년 9월 19일)은 지난해 4월 전안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했다. 개정안은 산자부 장관이 안전성 검사 대상 전기용품의 제조업자이거나 제품의 안전관리 업무를 주된 업무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로써, 안전성 검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검사 설비 및 인력 등의 지정 기준을 갖춘 기관을 안전성 검사 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방 전 장관의 개정안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행령 제7조(안전인증기관의 지정기준)에서 '비영리법인'에서 '비영리' 요건을 삭제했다. 또한, 영리법인의 시험 설비 부담 완화를 위해 안전인증을 위한 '특수·고가 시험 설비'를 외부 기관과 계약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해당 설비는 산자부 장관이 따로 지정할 수 있다. 이로써 영리법인이 안전인증기관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이들 기업의 시험 설비 보유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 대기업의 제3자 셀프인증과 해외 인증법인의 국내 진출 본격화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볼 영리법인은 정부 기준을 어느 정도 갖춘 영리 안전확인기관들이다. 이들의 주요 고객사는 제조기업으로,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현대모비스 등 대기업이 이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 진출 해외 인증법인들도 주요 주주나 고객사로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영리확인기관 가운데 가장 매출이 큰 한국에스지에스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SGS S.A의 100% 자회사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에서 약 145억원(매출 비중 7%), LG전자에서 약 73억원(매출 비중 3.5%)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에이치시티의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는 영리법인 가운데 가장 크며, 약 185억 원으로 매출 비중의 28.5%를 차지한다. 또한, 현대모비스로부터 약 53억원(매출 비중 8.2%)의 매출을 얻고 있다. 디티앤씨는 LG전자와 현대모비스로부터 각각 약 45억원, 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원택의 경우 LG전자 의존도가 32%(매출액 55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영리법인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음에 따라, 정부의 감독이 소홀할 경우 고객사 요구에 부합하는 '셀프인증'이 이루어질 우려가 있다. 이는 KC안전인증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가 글로벌 인증기관과 상위권 영리법인의 진출을 예상한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SGS S.A(스위스), 유로핀즈(프랑스), TUV(독일), UL(미국)과 같은 해외 영리법인, 국내 비영리법인과 영리법인 사이에서 고객사를 모시기 위한 경쟁이 일어날 전망이다.

■ 비영리법인의 위기
전기분야 KC 안전인증기관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 KTL과 ▲(재)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KTC ▲(재)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KTR이다.

이들 비영리법인의 매출은 영리법인 포함한 전체 법인 가운데 상위권이다. 2023년 기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매출은 약 2500억원으로 2위인 ㈜한국에스지에스에 400억원 앞선다. 당기순이익은 161억원으로 매출순이익률은 6.5% 수준이다. 지난 2022년 결산 기준, 당기순이익이 8억원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는데, 이는 간접비 회계기준에 따라 시험소 건립을 위한 비용이 한 번에 인식됐기 때문이라고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밝혔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은 공공기관이 아닌 재단법인으로 재무정보를 상세히 공개하고 있지 않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은 연 매출 약 1000억원, 당기순이익 26~50억원 사이를 오간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은 연 매출 1800억원, 당기순이익 140~210억원 사이를 오가나 매출액순이익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전안법 개정은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을 대상으로 하지만, 가장 수익이 높은 부문은 전기기기와 정보·통신·사무기기 등 전기용품이다. 이에 따라 KC 안전인증 가운데 전기용품을 주로 담당하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매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전기용품·생활용품·어린이용품 담당)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