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해외·영리법인에 열리는 KC인증…"객관성 결여 우려 커"

안전인증 기간 단축 VS 객관성 하락 우려

국표원 "인증받는데, 시간 오래 걸린다는 불만 제기돼"

비영리법인 "영리법인 확대, 심사의 객관성이 떨어질 수"

KC 안전인증에 대한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가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 직접구매 금지 조처를 발표했다가 국민의 비판이 쇄도하자, 사흘 만에 한발 물러났다.

그러면서 정부는 'KC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에 대해 해외 직구 즉시 차단'이 아니라 '유해성 조사 강화'라고 해명하며 KC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도 지금처럼 해외 직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6월부터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 차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란으로 지난해 말 발표된 'KC 안전인증기관 영리법인 확대 시행령 개정안'이 주목받았고, 일각에선 KC 안전인증기관의 영리법인 확대와 함께 비영리기관의 재정 악화를 통한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안전인증기관에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등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영리법인이 KC 안전인증을 담당할 경우, 인증 과정에서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최근 조세일보는 산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과 KC안전인증 비영리법인 관계자의 입장을 들어봤다.

KC인증은 '안전인증'과 '확인인증'으로 나뉜다. KC 안전인증은 사용 시 위험이 높거나 안전성 확보가 중요한 제품에 적용하며 ▲전기청소기 ▲전기세탁기 ▲전기 냉장·냉동기기 ▲전자렌지 등이 해당한다. 반면, KC 확인인증은 비교적 위험이 적은 제품에 적용하며 ▲구강청결기 ▲전기세척기 ▲공기청정기 등이 그 대상이다.

■ 안전인증기관 영리법인 확대 배경
국표원은 안전인증기관의 부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국표원은 관계자는 "현재 안전확인기관으로 지정된 영리법인이 20개나 되지만, 전기분야 안전인증기관은 비영리법인 3개뿐이라 인증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이를 다뤘다"고 밝혔다.

안전인증시험기관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 KTL(산자부 산하)과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KTC,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KTR이다. 안전확인시험기관은 위 3개 기관을 포함해 재단법인 2개와 영리법인 15개다.

국표원 관계자는 "영리법인까지 확대하더라도 안전인증업체가 되려면, '안전인증대상제품 12개 분야' 가운데 4개 분야에 해당하는 시험설비를 보유하고, 분야별 2명 이상의 전문인력 상시 근무 등 지정요건을 달성해야 한다"며 "글로벌 인증기관인 미국 UL, 독일 TUV, 한국 일부 영리법인 등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정 현안 점검회의에서 인증 규제 정비 방안의 일환으로 이번 대책이 제시됐으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하여 영리법인의 참여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인증기관 참여에 따른 시험설비 부담 완화를 위해 '특수·고가시험설비'의 경우에는 외부 기관과 계약체결 허용한다고 했는데, '외부 기관'이란 어디를 말하는 건가라는 질의에 "외부 기관은 해당 특수·고가시험설비를 보유해 임차·사용계약 등을 체결한 시험기관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특수·고가시험설비 자체 보유 여부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고시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에서 이 요건을 완화하기로 한 만큼, 영리법인이 안전인증기관으로 진입하기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제조기업의 '셀프인증'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안전인증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지 않아야 한다"며 "충분한 시험인증 역량을 갖추지 못한 소규모 영리 시험기관은 지정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기업의 직접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해당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시 비영리 지정요건 삭제에 대한 의견수렴 결과, 별다른 반대 의견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 안전 인증시험의 객관성 결여 가능성 비영리법인 측에선 KC안전인증의 '객관성 결여'와 '비영리법인의 부실화'를 우려했다.

비영리법인 관계자는 "안전인증기관의 영리법인 확대로 인해 (고객사의 요구를 들어야 하는 영리법인의 입장 때문에) 시험의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비영리법인이) 인증 수수료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우수 인력들이 유출될 경우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법인 관계자는 영리법인이 돈이 되는 품목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영리법인은 수익이 되는 분류의 품목에만 집중해, 수익이 되지 않는 품목에 대한 시험 인증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KC와 KS의 법정인증 수수료는 개별법령에 규정돼 2010년 이후 지속 동결됐다. 다만 지난 2022년 산자부는 다음해 3월까지 관련 심사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20% 줄인 바 있다.

그는 "수요가 가장 많아, 돈이 되는 품목은 전기기기 분야"라며 "이 분야의 품목 중에서도 돈이 되는 것과 아닌 것이 있으며, 비영리법인은 수익을 따지지 않고 시험을 진행하지만 영리법인은 수익성에 따라 품목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기기계, 스위치, 전원, 필터, 전기보호용 부품, 절연 변압기는 현재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다. 시험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장비도 요구하기 때문에 현재 수요와 수수료로는 아마 영리법인이 안 들어올 걸로 생각한다"며 "이 분야와 품목들은 사실 수익이 안 난다"고 설명했다.

조세일보는 정부가 안전인증을 왜 영리법인에 열어주는 것인지 비영리법인 관계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관계자는 "인증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인증기간도 늘어지고 있기 때문에 규제를 없애는 방향으로 정부가 정책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인증기관에 지금 접수하면 몇 개월 이상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향후 전망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지만, 비영리법인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리법인의 진입으로 단가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수익성이 높은 전기기기를 중심으로 영리법인이 안전인증업무를 할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KC인증을 영리법인에 개방하면 비영리법인의 수익성이 떨어져 점차 사양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번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후 대통령령으로 공포될 예정이다. 국표원은 현재 법령 개정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안전인증 심사가 몇 개월 이상 지연되는 상황에서, 영리법인의 안전인증기관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신속하고 저렴한 인증이라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인증 과정의 객관성 결여와 비영리법인의 재정악화, 경쟁력 강화라는 이유로 민영화라는 수순을 밟을 지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