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일 배송…출퇴근 거리 제외한 하루 이동거리 100km"
유족 "자신을 '개같이 일하고 있다'고 표현한 아들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져"
◆…6월 13일 서울 시내 주차된 쿠팡 배송 트럭[사진=연합뉴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와 고(故) 정슬기씨 유족은 27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은 과로사 방지와 사회적 합의에 동참하라"며 "로켓배송을 즉각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고인은 작년 3월부터 쿠팡퀵플렉스 택배노동자로 새벽 로켓배송 업무를 해왔다"며 "주 6일을 배송하였으며, 보통 저녁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6시 30분에서 7시 사이까지 업무를 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로켓배송을 위해 하루 3번 약 밤 9시, 새벽 1시, 새벽 3시 30분 3차에 이르는 배송을 남양주 진접에 위치한 쿠팡 남양주2캠프에서 배송지인 상봉동을 오가며 배송하였다"며 "편도 거리가 약 20km로 매일 5번을 오갔고 출퇴근 거리를 제외한 하루 이동거리가 100km"라고 설명했다.
또 "고인이 배송구역이 바뀌어 이전 배송구역보다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였다"며 "그때부터 고인은 하루 3회전 배송을 아침 7시까지 마치기 위해 자신의 사비로 배송지원 알바를 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날의 물량 중 7시 배송완료를 지키기 위한 필요한 최소한의 물량, 2차에 나오는 물량의 일부를 알바를 통해 배송하였다"며 "그렇게 해서 고인은 7시가 다 되어 업무를 마칠 수 있었다"고도 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달 28일 새벽 업무를 마치고 귀가한 후 같은 날 오후 경기 남양주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으며, 병원에서 밝힌 사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 의증으로 대표적 과로사 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쿠팡CLS와 영업점 간 계약에 따라 아침 7시까지 배송 완료를 지키지 못하면 지연 배송으로 영업점 계약이 해지되거나 구역을 회수당할 수 있다"며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이 만든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그동안 쿠팡 측이 숨진 택배 기사들과 관련해 '자사 소속 직원이 아니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인이 쿠팡CLS 직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받기도 했다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쿠팡CLS 직원은 카톡에서 고인에게 "6시 전에는 끝나실까요. ○○님(동료 배송 기사) 어마어마하게 남았네요"라고 하자 고인은 "최대한 하고 있어요. 아파트라 빨리 안 되네요"라고 답했다.
이에 또 직원이 "네 부탁드립니다 달려주십쇼 ㅠ"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유가족을 대표해 참가한 고인의 부친은 "부당한 계약서, 불공정한 근로시스템, 사람을 사람답게 여기지 않는 기업의 횡포가 제 아들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었다"며 "이러한 불법을 막지 못하고 용인하는 사회와 국가의 시스템도 마찬가지"라고 한탄했다.
그는 "제 아들은 '무릎이 닳아서 없어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며 "자신을 '개같이 일하고 있다'고 표현한 아들을 생각하면 아비는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의 아들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없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정 씨와 쿠팡CLS 관리자의 메신저 대화 내용 [사진=전국택배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