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납세 효과 없는 '세금포인트·모범납세자', 폐지 고려해야"

세금포인트 제도, 사실상 '납세담보 면제'에만 사용돼

추상적인 모범납세자 공적심사 기준.. 선정 공정성·투명성 부족해

국회예산정책처, 폐지를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 재검토 제안

세금포인트 제도와 모범납세자 제도에 대해 폐지를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두 제도 모두 '성실 납세'라는 목적 달성에 효과적이지 않은 데다, 운영에 행정력과 예산이 소모돼 제도의 효용성이 떨어지거나 선정 과정에서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2023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은 납세자 권익보호 및 성실납세 지원 사업 예산현액 12억9500만원 중 11억3100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납세자보호위원회와 국선대리인 제도, 세금포인트 제도, 모범납세자 제도 등은 납세자 권익보호 및 성실납세 지원 사업을 통해 운영된다.

■ 납세담보 면제로만 사용되는 세금포인트

국세청은 모든 개인납세자가 자진납세한 소득세와 중소기업이 자진납세한 법인세 10만원 당 1점씩 세금포인트를 발급한다.

2023년 기준, 개인납세자 3733만명은 98억5100만점, 법인납세자 89만명은 9억2000만점의 세금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다. 발급 받은 세금포인트는 납세담보 면제, 지정 쇼핑몰 할인 구매, 인천공항 비즈니스 센터 이용, 박물관 등 관람료 할인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세금포인트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목은 '납세담보 면제'다. 지난해 전체 세금포인트 사용액 7644만5800점 중 7638만5000점이 사용됐다. 사실상 세금포인트는 납세담보 면제로만 사용되는 셈이다. 그러나 근로소득자나 담보면제가 불필요한 사업자에게는 쓸모없는 항목이다.

이에 국세청은 세금포인트 홍보를 위해 지난해 광고비용으로 약 5900만원, 홍보물품 제작에 4500만원, 리플릿 제작에 767만원 등을 사용하고, 지속적으로 사용처를 발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세금포인트 발급량 대비 사용량에 비춰볼 때, 세금포인트 사용처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발급한 세금포인트를 납세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처를 확보하되, 세금포인트 사용으로 국립박물관 등 공공시설 입장료가 할인돼 감소하는 재정수입과 제도 운영을 위해 투입되는 행정력, 예산의 효율성, 납세자의 편익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세금포인트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모범납세자 제도, 근로소득자에 불리하고 선정과정 투명성 부족

국세청은 매년 자체적인 선발 기준에 따라, 기준을 충족한 법인과 개인 중 공적심사를 거쳐 포상 또는 표창을 통해 모범납세자를 선정하고 있다.

지난해 모범납세자로 신규 선정된 인원은 1065명으로, 이 중 근로소득자는 10명이다. 모범납세자로 선정되면 세무조사 유예, 납세담보 면제, 철도운임 할인, 공항출입국 우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고서는 "모범납세자 제도의 존재로 자진납세가 촉진됐는지 알기 어렵다"며 "선정인원 중 근로소득자의 비중이 낮고 혜택도 근로소득자에게 불필요한 것들이 있어, 근로소득자가 모범납세자 선발과 혜택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모범납세자 선발 기준을 충족해도 이후 별도의 선정 절차인 공적심사를 거치는데, 심사 기준이 '세법에 따라 성실히 납세해 타의 모범이 되는 자', '지역사회에 공헌한 자', '고용 확대, 투명경영 등 나눔과 상생의 문화 확산에 기여한 자' 등 추상적으로 설정돼 있어 선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 5년간 모범납세자 선정취소 건을 사유별로 살펴보면, 국세체납으로 선정이 취소된 인원은 33명,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위반 또는 조세범 처벌 등으로 선정 취소된 인원은 43명으로 나타나 선정과정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16일 국회 기재위가 연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중랑구 을)은 "모범납세자 제도를 이제는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단골 한우집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됐는데, 선정 6개월 전 불법영업으로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다. 근로소득자는 원천징수 당하는데 (모범납세자에게) 세무조사 유예까지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질의하기도 했다.

해당 질의에 대해 강민수 국세청장은 "필요하면 모범납세자 제도는 존치하더라도 세무조사 유예나 여러 가지 혜택을 없애는 등 단순히 명예로 끝날 수 있는 방법 등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보고서는 "모범납세자 선발 효과가 성실납세 촉진보다 국세청 홍보에 치중된 것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세수 확보라는 목적성은 세무조사, 현장정부 수집 등 직접적인 조사활동과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신고포상 및 탈세제보 포상 등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 비주거용 부동산 감정평가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달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효과성과 공정성이 불분명한 모범납세자 제도에 대해 제도의 폐지를 포함해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