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원, "제대로 사실관계 입증 못한 처분청 결정 무효"
국세청의 '황당'한 과세행정으로 6400여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세금을 낼 뻔한 한 납세자가 국세심판원에 의해 구제됐다. 국세청은 과세관련 통지서를 전혀 엉뚱한 사람에게 전달한 뒤 막무가내로 세금을 두들긴 것으로 드러났다.
심판원은 14일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는 납세자 A씨가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부가가치세 과세처분 취소청구에 대해 "처분청의 과세결정은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결정, 납세자의 승소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심판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4년 7월(부가가치세)일반과세자에서 간이과세자로 과세유형이 변경됐고 가지고 있던 부동산 등을 같은 해 8월 B씨에게 양도했다.
국세청은 A씨에게 과세유형전환에 따른 재고납부세액과 부동산 양도에 따른 부가세를 부과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고 올해 2월이 돼서야 뒤늦게 A씨에게 2004년 제2기분 재고납부세액 6400여만원을 결정고지했다.
문제는 과세유형전환통지서 수령여부에 있었다. A씨가 국세청으로부터 과세유형전환통지서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엉뚱하게도 통지서는 A씨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법상 일반사업자가 간이과세자로 과세유형이 변경되는 경우 과세유형전환통지서를 변경일 20일전까지 납세자에게 송달해야 하고 송달이 없을 경우 과세유형 전환이 없는 것으로 보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과세유형전환통지서 송달의 적법성은 과세관청이 입증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A씨는 "국세청은 동료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통지서를 전달했다고 하지만 (나는)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며 "과세유형전환통지를 수령했을 때 효력이 발생한다는 규정에 따라 세금부과는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하며 심판원에 불복청구를 제기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동료라고 주장하는 이에게 정상적으로 통지서를 송달했고 우편물이 반송된 사실이 없기 때문에 A씨에게 과세유형전환통지서가 송달된 것으로 보아 재고납부세액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고 맞섰다.
심판원은 양측의 주장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국세청의 '행정미스'를 밝혀내고 납세자의 권리를 구제해 줬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현행 법상 과세유형전환통지서를 변경일 20일 전에 송달하고 적법성 입증은 과세관청이 지도록 되어 있다"며 "그러나 국세청은 A씨와 통지서 수령인의 관계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판원은 이어 "A씨가 일반사업자에서 간이사업자로 과세유형이 변경됐음을 전제로 국세청이 A씨에게 부과한 세금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