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숙원 과제인 강제조사권이 여전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데다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이나 이행강제금 등은 강제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들의 탈.불법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규제와 감시의 끈이 느슨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공정위는 정부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출총제에 대해서는 당정간의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입법과정에서 논란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풀리는 기업 규제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출총제 개편안은 공정위가 주장하던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가 빠졌고 적용 대상도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2조원 이상 업체로 축소되는 한편 출자한도도 25%에서 40%로 높아지는 등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여기에 불공정행위를 한 기업이 공정위나 피해당사자와 합의만 하면 제재를 받지 않고 사건이 종료되는 동의명령제나 조정제도 등도 도입됐다.
동의명령제는 불공정행위를 한 기업이 공정위와 시정조치 및 피해구제 방안에 합의하면 공정위가 이에 대한 위법성 여부 판단이나 제재를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조정제도도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피해당사자가 기업과 합의를 이루면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면할 수 있는 제도다.
공정위는 다만 동의명령을 하기 전에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수렴을 거칠 예정이며 카르텔(담합) 등 위법성이 명백한 경우는 동의명령 적용대상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여기에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고발을 면제하는 규정이 포함됐으며,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 적용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등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상당수 완화됐다.
게다가 공정위가 도입을 희망해왔던 강제조사권은 이번 개정안에도 포함되지 않았고 개인이 위법행위를 금지시켜줄 것을 법원에 직접 청구하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도 제외되는 등 공정위 조사권 강화를 위한 핵심 조치들이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후감시는 강화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에서 계열사간 물량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를 감시하기 위해 계열사간 상품.용역거래를 이사회 의결 및 공시의무 대상으로 추가하고 부당지원행위 규율대상으로 명문화하는 등 사후 감시는 강화했다.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유형도 공정거래법에 포괄적으로 예시 규정화하고 구체적 유형을 담은 시행령도 보완하기로 했다.
내년 말로 끝나는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은 존속시한을 폐지함으로써 상설화하고 적용대상을 부당내부거래 외에도 상호출자나 출총제 위반 행위 등으로 확대했다.
또 현장 조사때 필요한 자료나 물품을 보존하기 위해 봉인조치권을 도입하고 봉인훼손시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으며, 자료제출 거부나 조사 방해 대해서는 하루당 전년도 1일 평균매출액의 0.1%를 부과하는 이행강제금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그대로 통과될지는 여전히 미지수
공정위가 이런 내용을 입법예고 했지만 출총제 개편을 둘러싼 당정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이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부 부처간에는 출총제를 완화하고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합의를 이뤘으나 열린우리당내 의원들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정은 지난달 말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과 우제창 제3정조위원장, 권오규 부총리겸 재경부장관,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출총제 관련 협의회를 열었으나 정부안에 합의하는데 실패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천정배, 채수찬 의원 등은 정부안에서 도입하지 않기로 한 환상형 순환출자에 대해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표명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같은 의견을 감안해 추후 당내 논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키로 함에 따라 출총제 개선 방안은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위도 내년 2월 국회 제출을 위해 일단 정부안대로 입법절차를 밟고 있으나 당정간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혀 수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