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LG전자 계열사들이 학력과 국적을 뛰어넘어 철저히 능력과 성과에 따라 적임자에게 자리를 찾아주는 '파격' 인사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18일 단행된 LG전자 인사에서는 처음으로 고졸 출신 임원이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해외영업본부에는 벽안의 사원들이 LG 임원으로 선임됐다.
◇ 초콜릿, 트롬.."대박에는 승진이다" =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승진 케이스는 고졸 출신으로 LG전자의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조성진 상무.
조 부사장은 용산공업고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조 부사장은 용산공고 시절인 1976년 산학우수 장학생으로 당시 금성사에 입사, 일본 기술을 답습해 모두가 기피하던 세탁기 설계실을 자원했다.
그는 '세탁기 기술의 탈(脫) 일본'을 주장하며 1999년 세탁통에 직접 연결된 모터로 작동되는 '다이렉트 드라이브(DD)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으며, 미국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히트작 트롬 세탁기도 개발에도 공을 세웠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사장은 입사 이후 세탁기 하나만을 개발하고 판매하는데 주력해 온 명실상부한 세탁기 분야 최고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조 부사장은 올해 트롬 세탁기 등을 내세워 북미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매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세탁기 사업부의 매출을 비약적으로 신장시키고 1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것이 초콜릿과 샤인폰 등 휴대전화를 개발해낸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연구소의 안승권 소장이 MC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휴대전화 연구소장을 사업본부장으로 앉힌 것은 LG전자가 휴대전화 시장 공략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신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 "국적도 상관없다" 최초 외국인 임원 선임 = LG전자는 이와 함께 해외 주요 시장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현지화 마케팅을 위해 벽안(碧眼)의 외국인 간부들을 내부 승진을 통해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다.
LG전자는 미국 법인의 존 헤링턴, 프랑스 법인의 에릭 서데이 등 해외 법인 마케팅 책임자와 MC 유럽팀장 도미니크 오 등 3명의 현지인을 처음으로 내부 발탁을 통해 임원으로 선임했다.
LG전자는 그동안 임원급 인사를 해외에서 영입한 적은 있지만, 이와 같이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을 임원으로 승진시킨 것은 처음이다.
존 헤링턴 상무는 미국 위스콘신대를 나와 2001년부터 LG전자 미국 법인 마케팅 책임자로 일해 왔고, 에릭 서데이 상무는 LG전자로 오기 전 소니와 도시바 프랑스 법인에서 일하는 등 해외 마케팅 경험이 풍부하다.
◇ 한 해외 법인서 동시 승진도 = 또한 이번 인사에서 같은 해외 법인에서 두 명의 임원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기완 중앙아시아 지역 대표와 상무로 승진한 이춘호 두바이 판매법인장은 같은 지역에서 실적을 인정받아 승진한 케이스다.
LG전자에 따르면 중아 본부는 중동, 아프리카 시장에서 휴대전화 매출은 작년 대비 150％, 전체 매출은 25％ 성장시키는 등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LG전자 관계자는 "중아 본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스포츠 마케팅과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프리미엄 LG 브랜드의 위상을 확고히 해 올해 매출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