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핵 협상 재개해 대북 경제 제재 해제 원해"
"트럼프, 과거처럼 대가없이 북한의 손발 못 묶어"
"납북자 문제 양보하면서 북일정상회담 추진할 것"
◆…지난 2019년 7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 방문 기간에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사진=로이터통신
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는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시 핵 협상을 재개하는 방식으로 대북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고 싶어 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한 외교관들이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와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고 경제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리 참사관은 2016년 귀순한 태영호 당시 주영국 북한 공사 이후 한국에 망명한 북한 외교관 중 가장 직급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 참사관은 지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경험이 없고 무지한 군 지휘관들에게 핵 외교를 맡긴 김정은의 결정이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김정은은 국제 관계와 외교,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방법에 대해 잘 모른다"고 털어놨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9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에서 세 차례 만났으나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외무성이 힘을 얻어 주도권을 잡을 것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동안 대가없이 북한의 손발을 묶는 것은 과거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참사관은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가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미사일 기술과 경제 지원을 받게 되면서 기존 대북 제재를 약화시켰다. 러시아가 불법 거래에 연루되어 스스로 손을 더럽힌 덕분에 북한은 더 이상 제재 해제를 위해 미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됐다"면서 "본질적으로 미국은 주요 협상 카드 하나를 빼앗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올해부터 러시아 외에도 외교 정책 우선순위로 미국, 일본을 꼽았다고 리 참사관은 전했다. 리 참사는 김 위원장이 그동안 걸림돌로 작용해온 납북자 문제를 양보하는 대가로 일본과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자국민 17명이 북한에 납치됐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002년 돌아온 5명을 제외하고 12명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13명만 인정하고 나머지 납북자들은 사망했거나 아예 북한에 오지 않았다며 해결할 납치문제 자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리 참사는 "김정은이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치하에서 확립된 (납북자) 입장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북한은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북일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