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문가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①
“외교의 ABC는 국익인데 가치외교로 국익 사라져”
“중국은 한반도 평화·안정 등 현상 유지를 원한다”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평택을)이 지난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세일보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조세일보 손시은 PD]
중국 전문가로서 22대 국회에 입성한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평택을)은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가치 외교'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윤 정부는 출범 이후 한·미 동맹과 한·일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대중 외교와 관련해서는 '대중 홀대론'이 제기된다. 윤 정부의 이러한 대중 노선이 국익의 관점에서 이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관련해서 이병진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대중국 외교에서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까. 아울러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중 외교에 큰 변환점이 생겼다는 진단도 나온다. 어떻게 파악하고 계시나.
(대중 외교의) 가장 큰 변환점은 2017년 사드 국내 배치다. 사드의 X밴드 레이더가 약 5,200km까지 서치가 된다. 사실상 중국 전역을 다 볼 수 있는 거다. 한국은 줄곧 미국이 조종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어떤 삼척동자가 믿겠나. 각도만 바꾸면 (중국 전역을) 다 볼 수 있는데. 물론 중국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만주에 동북3성 중국 군구가 있는데 거기서 한국을 다 서치한다.
이제는 양국이 서로 이익이 충돌하는 국가가 됐다. 1992년 수교한 이후에 근 30여년이 됐는데 양국은 상호 의존성이 있었고 중국은 우리 소재·부품·장비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 경쟁업체가 됐고 어떤 분야는 우리가 지고 있다. 그때 결정적으로 사드가 빌미가 되면서 중국이 '한국을 한번 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거다.
아울러, 사드사태 이후 2019년도에 코로나가 지구상에 엄습했다. 이 지구 모든 사람의 행동이 올스톱됐는데 이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국과 유리된 관계를 만드는 하나의 촉매제가 됐다.
계속해서 2년 반 전에 한국 정권이 교체가 됐다. 현 정권은 가치외교를 한다는 미명 하에 지불하지 말아야 할 대가를 지불했다. 원조기금도 더 많이 내고, 선진국 대열에서 중추적 역할하겠다고 나서면서 자유진영의 일환인 미국·일본에 경도된, 소위 푸들 역할을 하는 거다. 미·일이 오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그냥 달려가서 큰형·작은형 그러고 있다. 이게 또 중국을 오해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중국 중앙정부는 그동안 (한국) 대통령 당선자가 생기면 사절단으로 부총리급 정도밖에 안 보냈다. 근데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부주석을 보냈다. 중국과 반대되는 기미가 보였지만 끌어당기려고 했던 마지막 노력이었던 거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물거품이 됐다.
지금 중국은 한국이 안중에 없을 거다. 미국의 종속변수라고 생각하고, 미국과 관계 잘만 가지면 따라오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이 상당히 격감돼버린 건데 우리가 자인한 측면이 크다고 본다. 윤석열 정권은 부인하고 있지만.
Q. 윤 정부는 한·미·일 3국 공조를 통한 가치 중심 외교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외교 노선에 대해 평가해 주신다면.
가치라는 건 상당히 관념적인 거다. 외교는 국익이 최고다. 국익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교류를 해야 한다는 게 외교의 A·B·C다. 그리고 이념 체계가 있지만 사실 1989년 소련 해체 이후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대결 국면은 끝났다. 중국도 중국식 사회주의인데, 학자들은 국가 자본주의라고 말한다.
가치외교라는 건 너무 붕 뜬 얘기다. 실질 외교가 아닌 거다. 자유주의라는 이념을 같이 하면서 그들과 더불어 하겠다는 건데,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건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세계 10위 경제권이고 군사력 6위 국가이지 않나. 전 세계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인정하고 있는데 왜 선언을 하나. 이런 무지몽매한 발언이 세상에 어디 있나.
국가 최고 지도자가 몽매한 발언을 했다. 그리고 우리 국익은 곳간에 감 빼먹듯이 사라지고 있었던 거다. 군사비용을 비롯해 국제사회 분담금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들에게 지금 오픈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평택을)이 지난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세일보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조세일보 손시은 PD]
미국 의도를 중요시 여겨야 한다. 미국은 일본과 한국을 주축으로 동북아의 나토(NATO)를 만들려고 한다. 일본은 무조건 고개 숙이는 나라이고 패전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 명령을 거역하지 않지만, 한국은 항상 애물단지였다. 역대 정권이 들을 것 같으면서도 (동북아 나토 추진에서) 계속 빠져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섬으로써 그 기반을 만들려고 캠프 데이비드 협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낸 거다. 거기 서브 테제로 호주와 대만도 가입을 시켰다. 이런 형태로 동북아 나토판을 만들려고 하는 게 미국의 가장 큰 목적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이 태평양을 진출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데 있어서 자국 국력을 최소화시키려는 의도다.
한국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남북이 대치돼 있으니 한국은 거기 참여하면 안 되는 거다. 우리는 주적이 북한이고, 한반도 평화 정착만이 후손들에게 남겨줄 최고의 가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무력충돌이 있으면 안 되지 않나. 그걸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코너에 물리면 로켓을 쏴버린다. 북한은 사실 김정은을 위한 군주왕정국가이지 현대적 나라가 아니다. 거기와 우리가 싸워서 우리에게 득 될 게 어디 있나. 달래면서 가야 할 집단인 거다. 북한을 봐서 또 한반도 안정·평화를 위해서라면 참여하지 말았어야 했다.
중국이 원하는 것도 그 부분이다. 중국이 가장 원하는 건 한반도 평화와 발전에 있어서 건설적 역할을 한다는 게, 그들의 대 한반도 정책이다. 한반도 현상 유지를 원한다. 한반도 문제에 미국이 끼어들어서 자꾸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남·북의 자주적 한반도 통일도 묵시적으로 동의하겠다는 거다. 이는 중국 측 학자들과 수면 하에서 논의했을 때 확인할 수 있는 말들이다.
Q. 한·미·일 공조 강화로 인해 북한·러시아가 포괄적 동맹 의사를 밝히는 등 반작용적 측면이 나타났다. 동북아 질서가 신냉전 시대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저도 그걸 우려한다. 아직 그 단계는 아닌데, 신냉전까지는 가지 않을 걸로 염원하고 있고 기대하고 있다.
일단 중국 포지션이 중요하다. 자기들이 블럭화를 형성하면 자기들이 더욱더 타겟팅 되기 때문에 북·중·러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생각이 근본적으로 없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소련)은 60년대부터 국경 분쟁이 있어서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 우수리강이라고 해서. 그런 전력을 갖고 있는데 그건 영원히 씻어지지 않을 거다. 몽둥이·손으로 싸우다가 총칼까지 갔는데 그런 것들이 역대 정부 뇌리 속에는 지워지지 않고 있어서 같이 할 수 없다는 거다.
이번에 푸틴이 (북한에) 방문하고 김정은도 (러시아) 갔지만서도 푸틴이 형제국처럼 대해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나? 절대 그렇지 않았다. 푸틴도 안다. 너무나 북한과 밀착되면 중국과 관계가 묘해지기 때문에 밀착행동을 하지 않는 거다.
그래서 이 북·중·러 3자는 한마디로 동상이몽이다. 특히 여기에 주요 행위자라고 할 수 있는 G2의 한 축인 중국은 서방 견제를 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 은연중에 중국 묵인하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건 서방에서 다 알고 있지만, 그 이상 액션을 할 경우 자기들에게 돌아오는 후과는 감당 어려울 거다.
지금도 미국의 제재로 미국 따라가기 힘들어졌는데 영원히 미국 못 따라가는 결과가 도출될 거를 (중국이) 누구보다 잘 알 거다. 그래서 적당히 거리 유지하는 정책을 쓴다. 불가근불가원이다. 북·중·러 3국 블럭화는 결국 자기들의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라는 걸 그 지도자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북한은 원할 수 있겠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원치 않는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은 그 틈에 그걸 노려서 원조 받고 활용하는 거다. 러시아에 붙었다가, 북한에 붙었다가. 그건 역대 정권이 다 그렇게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Q.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한반도 평화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언급을 한 적 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달라.
한국이 5천년의 역사라고 얘기하고 중국도 5천년 역사라고 얘기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과의 관계를 세 축에서 접근해야 한다.
먼저 역사적인 접근이 있다. 한·중 관계의 역사적 과정을 밟으면서 중국과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해야 한다. 그다음에 남한 정치세력과 북한 정치세력 간 두 축을 전제로 한 내재적 관계가 있다. 그다음 하나는 외재적 요소다. 국제 정치행위자로서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을 저는 4강이라고 본다. 이렇게 세 축으로 봤을 때, 한반도 문제 해결에 중국은 빠지지 않는다.
특히 내재적 관계에 있어서, 중국은 한반도 평화협정의 당사국이다. 중국은 한반도에 영향력이 있고 지분이 있다는 생각을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유사시에는 서방이 (북·중 간)1400km라는 국경선까지 온다면 인민해방군을 진출할 수 있다.
국가는 옮길 수 없다. 통일이 되면 북한은 우리 땅이다. 헌법 4조에도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명시했다. 헌법에 근간이 되는 영토다. 그러면 통일 이후에도, 우리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유사시 중국 중남해(중난하이)를 타격할 수 있어서, 중국이 한국을 먹을 수 없다는 걸 자각시켜야 한다. 그것이 5천년 역사 속에서 고구려 광개토왕과 고려시대 서희의 담판, 조선시대 뛰어난 장·차관들의 외교 등으로 나타났다.
역대 정권은 지금의 개념으로 다 친중파였다. 조공이 아니라 현대식 무역을 주고받은 거다. 우리 제품을 주면 걔들이 또 좋은 제품을 보내줬다. 중화주의적 시각에서는 조공이라고 표현할 뿐이지만, 우리 자주 국가를 담당한 왕조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고 본다. 중국 56개 민족에 한국이 동화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중국을 지피지기했고, 단일 민족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했다는 거라고 본다.
중국 지렛대론은 건설적인 포용 정책이다. 한국이 영토는 작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중국 3배 수준이다. 중국도 경제만큼은 한국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국가 이익이 충돌하는 부분은 배제하면서 화이부동이 필요하다. 화합을 통해 다른 건 인정해 주는 모습으로 중국과 같이 가야 한다.
중국은 지리적·지경학적으로 숙명적인 관계가 있다. 한반도와 역사적 유대 관계도 있다. 그러니 이념이 다르더라도 서로 존중하자는 거다. 그전에는 구동존이였다. 같은 건 추구하되 의견이 다른 건 남겨놓는다는 거다. 지금은 화이부동 단계로 왔다. 이제는 화합을 취하되 다른 건 노터치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는 거다.
■ 이병진 의원은...
전직 대학 교수이자 22대 국회의원. 그는 평택고등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중국 북경대를 졸업했다. 북경대 졸업 후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를 지내다가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병진 의원은 지난 3월 대중국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외교·안보 특보에 임명됐다. 이후 민주당은 4·10 총선에서 이 의원을 내부인재로 발탁해 경기 평택을에 전략공천했다. 22대 국회 전반기에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