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언주 "'금투세, 무리해 시행할 필요없다' 당내 의원들 많아"

이언주 "박스피 갇힌 주식시장, 회복 탄력성 취약한데…"
"세금 때문에 시장 안 떠난다? 굉장히 주식을 모르는 얘기"
"투자에 마이너스 효과 미치는 정책 쓸 때 아냐"
"금투세 문제, 이념이나 소신으로만 판단할 문제 아냐"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 추가 유예와 폐지에 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 지도부 내 금투세 도입 '유예' 주장을 처음 공개 발언한 이언주 최고위원이 당내 상당수 의원들이 무리해서 시행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최고위원은 10일 오후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당내 금투세 관련 의견이 어떻게 갈리나' 묻자 "사실은 많은 의원들이 굳이 무리해서 시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주식시장이 굉장히 좋고 투자자들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세금을 걷는다고 했을 때 조세 저항이 좀 덜할 텐데, 지금 계속 박스피에 갇혀 있는 상태인데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여건이 안 좋기 때문에 '굳이 이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 생각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자본시장이야말로 평범한 서민들 또는 중산층의 계층 이동 사다리다. 또 주식시장이 잘 활성화되어야 우리 기업들의 자본 조달이 용이해지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이 선진 자본주의 지향하는 민주당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책적 목표를 분명히 하자, 이런 상황에서 본다면 지금 이것은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상당히 있다"고 덧붙였다.

이 최고위원은 세수 확보 측면보다도 주식시장 선진화가 더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소득세 걷는다고 세수가 많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거래세를 줄여나간다고 했는데, 실질적으로 거래세 주는 게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우리가 걱정하는 게 충격에 의해서 주가가 빠졌을 때 미국은 주가의 회복 탄력성이 굉장히 커서 주가가 빠졌다가도 금방 회복되기 때문에 개미 투자자들이 크게 걱정하지 않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충격을 받아서 푹 빠진 다음에 잘 회복이 안 되는 굉장히 취약한 상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취약한 주식시장을 튼튼하게 만들고 선진화시켜서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하는 문제들 이런 것들을 정상화시키는 게 사실은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로 5천만원 이상 소득 올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주장엔 "그렇게 계산하는 건 옳지 않다. 실제로는 5천만 원 이상 수익 내는 사람은 과세 대상이고 그 외에는 과세 대상이 아닐 수 있지만, 과세 대상인 사람이 그런 영향에 의해 투자를 포기 혹은 철회를 하면 주식시장 전체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액투자자도 손해를 보게 된다. 산수가 아닌 함수"라고 반박했다.

5천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금투세 때문에 시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주장에 "굉장히 주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며 "이게 하나의 '트리거 포인트'라고 본다. 소위 얼마나 투자자들한테 우호적으로 입안이 되고 하느냐 라는 시그널을 주는 거다. 5천만원 이상 되는 사람들만 영향받는 게 아니고 사실 소액투자자들도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 전망이 지금 그렇게 밝지 않다. 금투세 아니라도 많이 떠나가고 있다. 박스피에 갇힌 상황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입장에서는 금투세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 투자를 유인하는 정책을 써야 될 때이지, 투자에 마이너스 효과를 미치는 정책을 쓸 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금투세 예정대로 시행' 입장을 고수하는 데 대해선 "그런 생각의 배경은 이해한다"면서도 "경제나 주식시장의 문제는 어떤 이념이나 소신으로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실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주식 투자하지 않는 분들은 관심 없겠지만, 투자하는 분들은 굉장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어떤 정책이 입안되든 관심이 많을 것"이라며 "한국의 주식시장 활성화와 성장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쳐 나가는 게 장기적으로 옳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진 정책위의장은 '금투세 폐지, 기득권자들의 궤변에 속지 맙시다'라는 제하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금투세를 폐지한다고 과연 주가가 뛰어오르겠냐, 그렇다면 금투세가 없는 지금의 주식시장은 왜 침체냐"며 "윤석열 정권이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건 거액 자산가들에게 혜택을 몰아주려는 것이다, 기득권자들의 궤변에 속지 말자"고 했다.

또 "저들은 우리 주식시장의 밸류업을 위한 것이라고 둘러대지만 정작 코리아 디스카운트 근본문제로 지적되어온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은 말 한마디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금투세 도입 유예'라는 공개 발언이 나오자 애초부터 금투세 폐지를 주장해온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표하며 '금투세 폐지'에 결단을 내릴 것을 압박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0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이 '증시 선진화 이후 금투세를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한 발언을 두고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오는 24일로 예정된 당내 금투세 토론회에서 치열한 논쟁을 거쳐서 보다 더 전향적으로 소위 '민주당세'라고 불리는 '금투세 폐지'를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