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장부 은닉·파기한 자 진정 두려운 조사할 것"

自彊不息(자강불식). 전군표 국세청장 접견실 편액에 적혀있는 글귀로 '스스로 쉬지 않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뜻이다. 전 청장은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위해 매일 이 말을 되새긴다.

지난해 7월 18일 취임한 이후 5개월 동안 주말에도 자료 뭉치를 집으로 들고 갈 정도로 '분·초'를 아끼며 말처럼 달려왔다는 전군표 국세청장이 [조세일보와의 국세행정 현안에 대한 특별대담]을 위해 어렵게 시간을 냈다.

구랍 27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30분간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전 청장은 "징수기관에서 나아가 국민복지까지 생각하는 서비스기관으로 국세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 '따뜻한 세정'"라며 재임기간 동안 강한 실천의지를 나타냈다.

전 청장은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언론사는 최근 착수된 곳 외에 더 있다"며 "앞으로 지방청과 세무서에서 업무량과 조사인력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론사도 세무조사라는 통상적인 법 집행을 당연하게 수용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장이 특정 언론사와 특별대담을 한 것은 지난 2003년 이용섭 국세청장(현 건교부장관)이 와 특별대담을 한 데 이어 국세청 개청이래 두 번째다.

◆‥조세일보와 전군표 국세청장의 특별대담 장면. 전군표 국세청장(사진 가운데) 왼쪽으로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서주영 편집국장, 이동석 차장. 이자리에는 국세청 원정희 공보관, 오호선 비서관이 배석했다.

▶ 종합부동산세 신고율이 최종 98.1%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하여 납세자가 5배 증가하고 주택보유자의 평균 세부담이 6.2배 증가하는 등 참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지난해 신고율(96%)보다 2.1%P 높은 실적을 거둔 것입니다.

특히, 그간 종부세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일부 납세자의 반발, 그리고 수십 년간 집행돼 온 종합소득세나 부가가치세의 자진신고율이 9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실로 경이적인 결과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성숙한 납세의식을 보여준 34만명의 종부세 납세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또한 최상의 신고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휴일도 잊고 묵묵히 노력을 다해 준 1만 8천여 직원들께도 진심으로 고마움과 격려의 마음을 보냅니다. 이번 종부세는 일부 지역의 주민들이 구의회를 중심으로 헌법소원, 법개정 청원 서명운동 등 집단행동 조짐을 보여, 세법 집행기관인 국세청으로서도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어려운 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주국가의 세금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정한 것으로서 이를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신고 기한 내에 성실하게 종부세를 신고·납부해 주신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 만약 이번 종부세 신고율이 낮게 나타날 경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시장에 잠재되어 있던 불안요인이 재현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해 왔습니다.

그래서 먼저 조사조직을 줄여 672명을 일선 세무서에 전진 배치해 종부세 신고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했고, 또 지속적 직무교육과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전 직원을 종부세 정예요원화 했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제가 직접 주도한 "종부세는 아름다운 되돌림" 등 15개의 세금 이슈에 대해 실상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세금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이라는 홍보 책자를 종부세 신고 1달 전에 발간하여 홍보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했습니다.

107개 관서, 1만8천여명의 전국적인 국세공무원의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여 여론 선도계층과 납세자 단체 등을 직접 찾아가는 타겟 홍보를 실시했습니다. 신고안내문이 발송되면서 나타난 납세거부, 조세저항 등 집단적 반발 움직임 등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신고기간 직전 종부세 대상자 중 "71%가 다주택 보유자"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 비판 여론을 조기에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중과세'와 '세대별 합산'이 위헌 소지 없음을 상세히 안내하면서 과거 토초세의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자진 신고·납부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 일은 절대로 없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여 납세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전국 관서장 화상회의'를 열어 간부를 포함한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자신감을 심어주고, 국민에게는 "종부세는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보유과세의 정상화를 이루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하는 반드시 필요한 세제"라는 확고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신고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등 납세자가 불편없이 신고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종부세의 세부담 자체에 대한 불만과 함께 신고 과정상의 불편이 성공적 집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됐기 때문입니다.

신고 과정에서는 우편·팩스신고는 물론, 아파트 단지에 임시 우편함을 설치하거나 현지 접수창구를 운영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고 주말 연휴에도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납세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반송된 안내문은 관할 구청, 외교부 재외국민과까지 확인해 직장, 병원이나 가족을 직접 찾아가서 전달했고, 가족 전체가 해외이주한 경우에는 현지 영사관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연락처를 '한인회'를 통해 파악하여 국제전화를 통해 신고 안내하는 등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습니다.


▶ 지적하신 대로 올해 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종부세 과세대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로서는 과세대상을 정확히 추산할 수는 없지만 납세자수와 세부담이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2006년 오른 부동산 가격이 내년도 1월1일 기준 공시가격에 반영되고, 과표적용률도 주택의 경우는 70%에서 80%로 상승하기 때문에 세부담은 그만큼 더 증가할 것입니다.

이번 신고는 납세자분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만, 올 12월에는 더욱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신고 후속업무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고과정에서 나타난 납세자들의 불만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특히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재경부와 국회 등에 건의하여 제도개선 필요성 등에 대한 정치권의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내부적으로도 '종합부동산세 업무개선 T/F'를 구성해 신고업무 전 과정을 평가·환류하고,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매뉴얼을 작성해 더욱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 국회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언론사도 영리기업인 이상 성역이 될 수 없으며, 언론사 및 사주를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을 제정하기 전에는 일반기업과 동일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세무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기업과 동일한 기준과 절차에 의해 선정된 언론사에 대한 조사를 정치적 부담 등을 이유로 자꾸 미루면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여서 조사가 어렵게 됩니다. 또 그 다음 해에는 새로운 대통령 하에서 더욱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이고, 후임 청장에게 수십 개 언론사에 대한 조사책임과 부담을 지우게 되므로 이는 일종의 직무유기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에 어떠한 정치적 의도나 배경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번에 조사를 받게 된 언론사는 미조사 연도수와 전산 신고성실도 분석결과에 의한 정기선정 방법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언론사 인력수급 감안해 순차로 추가 조사할 것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언론사는 얼마 전 조사에 착수한 언론사외에도 더 있는데 앞으로 지방청과 세무서에서 업무량과 조사인력을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조사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조사는 한꺼번에 모두 조사할 수는 없으니까 방송사, 신문사의 유형별로 매출액이 제일 큰 것을 먼저 조사에 착수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조사대상 선정기준이 매출액 기준으로 하루만에 바뀌었다"고 하는 등 마치 자사만이 정치적 의도에 의해 조사를 받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이는 조사대상 선정기준과 조사착수 시기를 혼동한 잘못된 보도입니다.

외형 1000억 이상인 기업은 4∼5년에 한번씩 조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외형이 큰 언론사가 5년만에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전혀 특별한 사항이 아닙니다. 참고로 외형 1000억 이상 법인의 연간 조사비율은 약 17% 수준입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라고 하여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일은 없습니다. 세무조사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이 확고히 자리잡게 된 상황에서 이제는 언론사 입장에서도 세무조사라는 통상적인 법 집행을 당연하게 수용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봅니다. 


▶ 18세기 영국의 정치사상가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가 "사랑과 현명함이 인간에게 함께 주어지지 않듯이 세금과 기쁨도 마찬가지이다(To tax and to please, no more than to love and to be wise, is not given to man)"라고 얘기했던 것처럼 세금 업무를 처리하면서 납세자를 기쁘게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세정의 주인인 납세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납세자에게 도움을 주는 세정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그동안 국민들은 냉혹하고 기계적인 세법집행으로 걷기만 하는 '세금 징수기관'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국세청을 바라봤습니다.

제가 주창한 '국민이 공감하는 따뜻한 세정'의 진정한 의미는 이런 부정적 이미지에서 앞으로는 근로장려세제(EITC제도)의 도입과 사회보험 통합징수 업무의 국세청 이관 등을 계기로 사회적 형평과 국민의 복지까지 준비하는 '통합 징수기관', 국민이 편리하게 납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기관',

◆‥전군표 국세청장이 '세금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이라는 책자를 본지 황춘섭 대표이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친필 서명을 하고있다.

공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과세기관'을 지향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깨끗하고 투명하며 중립적이고 국민의 복지까지 생각하는 서비스기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국세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 따뜻한 세정의 실천은 세무조사 현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간 세무조사는 조사건수와 성과 위주의 양적 측면이 중시되어 납세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경향이 없지 않았고, 최근 환율하락이나 내수부진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납세자의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8월 24일 전국 세무관서장 결의대회를 하면서 '국민이 공감하는 따뜻한 세정'을 세무조사 현장에서부터 실천하도록 세무조사 운영방식 혁신방안을 시달했습니다.

"세무조사는 성실신고를 담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역설적으로는 세무조사를 없애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그간의 세정경험에서 나온 제 소신입니다. 성실하게 신고한 납세자가 세금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사건수·기간을 줄이고, 조사방법을 간소화하는 등 세무조사 운영방식을 대폭 혁신했습니다.

국민경제 기여도가 큰 10대 성장동력산업과 일자리창출 중소기업에 대해선 세무조사를 유예하기도 했습니다.

세무조사는 본래 목적인 성실신고 담보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조사 건수와 기간을 단축하여 운영하도록 한 결과, 2006년 조사건수가 2005년보다 약 3000여건(약 12%) 줄어들고 조사기간도 조사유형별로 약 20% 수준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중소기업이나 신규사업자에게는 세금추징보다는 지도·상담방식의 간편조사(Simplified Audit)를 적극 실시하여 세무조사로 인한 납세자의 불편과 부담을 최대한 줄였습니다. 그 결과 2006년 상반기에 20여건에 불과하던 간편조사 건수가 하반기에는 300여건으로 크게 증가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2007년에는 이러한 방침을 지속 추진하되 보다 치밀하게 관리하여 '따뜻한 세정'의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예고한대로 조사건수는 2만건 수준으로 실시하여 2005년 대비 20% 이상 축소되도록 하고 조사기간도 20% 감축 방침을 지켜나가는 한편, 조사건수 축소에도 불구하고

간편조사를 더욱 활성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 간담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제조·수출 등 생산적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명백한 세금탈루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경제여건과 경영환경이 호전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1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할 생각입니다. 조세시효가 임박하여 조사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간편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 최대한 편의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지원대상과 방법·절차 등에 대해서는 조만간 확정 발표토록 하겠습니다.

▶ 조사건수 축소 등 '따뜻한 세정' 방향이 납세자에게 세무조사의 약화로 인식되어 성실신고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있으나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따뜻한 세정'의 요체는 납세자가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기 세무조사 등 일반적인 세무간섭은 최소화하되, 구체적 탈루혐의가 있는 일부 불성실 신고자에 대해서는 조사강도를 높여 엄정하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특히, 고의적·지능적 탈세자에 대해서는 조세범 처벌을 확대하는 등 좀 더 강화된 조사행정을 운용함으로써 성실신고 유도효과는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취임한 이후 착수한 3차 고소득 자영업자 세무조사 등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한 포탈 사실이 포착된 경우에는 범칙처리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세정'은 세무조사에 따른 납세자의 부담은 줄여나가되, "한 건을 하더라도 제대로 하자"는 각오로 세무조사의 질적 측면에 보다 중점을 두겠다는 취지로 이해하여야 합니다.

장부를 은닉·파기하거나 차명계좌의 이용 그리고 고액 허위세금계산서 수취 등 악의적 탈세자에게는 진정으로 두려운 세무조사가 되도록 해서, "탈세는 범죄"라는 사회적 공감대와 "성실신고가 최선의 절세방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하겠습니다.

▶'OECD국세청장회의'는 '서울선언'을 이끌어 내는 등 세계 조세행정 발전에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회의였습니다. '서울선언'은 기후문제에 관한 '교토의정서'와 같이 세계 조세행정사의 한 획을 긋는 선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국제적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과세당국간 정보협력 강화뿐만 아니라, 조세 측면

에서 건전한 기업 관리책임(Corporate Governance)을 강조함으로써 기업경영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는 공격적 조세회피(ATP), 분식회계 등이 기업의 신인도 하락을 초래하여 기업의 존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과세당국, 금융감독당국과 같은 정부기관도 중요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로서 기업경영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해 9월 OECD 국세청장회의 전후, 그리고 최근까지도 활발한 조세외교 활동을 펼쳐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조세행정의 주변국에 머물러 국제 과세기준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현지기업 보호 및 우리의 과세권 유지에도 많은 한계에 직면하곤 했습니다.

저는 차장 시절부터 이를 극복하는 길은 세계 조세행정의 중심무대에 진출하여 우리의 입장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길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OECD 국세청장회의 때에는 우리 기업의 진출이 많은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주요국 국세청장과의 양자회담을 가진 바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처음으로 '한·홍콩 국세청장 회의'를 개최하여 알리스 라우(Alice Lau) 홍콩 국세청장을 만났습니다.

쌍방 간에 조세조약은 체결되지 않았으나 홍콩이 세계 4대 금융시장이자 우리의 주요 교역 및 투자파트너(홍콩은 제5위 투자국, 제7위 교역국)일 뿐 아니라 조세회피를 위한 경유지로서 많이 이용되고 있는 곳입니다.

이를 감안해 국제적 조세회피방지를 위한 정보교환 추진과 파견조사 등에 합의했고, 곧이어 양국간 실무자 회의를 개최하여 구체적인 절차 등을 협의한 바 있습니다.
 
또한 올 1월에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세계 조세행정 중심국가로 진입하게 되는 10개국 국세청장 협의체(Leeds Castle Group)가 캐나다에서 공식 출범됩니다. 이를 통해 국제 과세기준 정립에 주도적으로 참여, 해외 진출기업 보호, 국제조세회피 공조체제 구축 등 세정분야에서 실질적인 국익보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말씀하신 대로 연말정산 간소화는 납세서비스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획기적인 개혁조치입니다.

그간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수집하여 제출하던 것을 국세청에서 의료기관과 교육기관 등으로부터 소득공제 자료를 제출받아 통합 관리, 근로자가 인터넷에서 편리하게 영수증을 출력하여 연말정산을 간편하게 완료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시스템이 완전히 가동되게 되면 근로자들이 연말정산 자료 수집을 위해 일일이 다닐 필요가 없어 시간 절약효과가 엄청납니다.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5천억원 정도의 경제적 비용이 절감될 것입니다.

그러나 영수증 발급기관의 성실한 자료제출이 선결요건입니다. 의료비를 제외한 7개 항목은 자료수집이 완료되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약 20%의 의료기관이 아직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아 완전한 서비스 제공이 안 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의료업계 측에서는 환자의 질병명이 유출되어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명분에 불과하고 많은 국민들은 사실상 자신들의 수입금액 노출을 우려하는데 기인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료 미제출 기관을 보면 특히 비급여가 많은 한의원과 치과가 많은데 보철을 했다거나 몸이 약해서 보약을 먹는 것이 무슨 사생활 침해가 된다고 하는지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세청에서 환자의 질병명은 수집하지도 않으며 환자가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고, 공인인증서가 있는 본인만이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가능성은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소득이 노출되는 1200만 근로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일부 의료기관의 행동은 '직업 이기주의'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자료미제출 또는 불성실 제출자에 대한 세원관리를 강화하고, 자료 미제출시 가산세를 신설하는 등 제도개선도 적극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따뜻한 세정'의 의미에는 EITC(근로장려세제) 도입 등을 감안하여 어려운 계층의 복지까지 세정의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사회통합에 기여하자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정환경 변화에 따라 향후 국세청에 맡겨질 새로운 역할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먼저 EITC 적용대상인 저소득자의 소득파악을 위해 금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일용근로자 지급조서 제출제도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안내와 홍보를 강화하고, EITC 집행에 필요한 인별 소득·재산자료 통합전산망 구축방안을 마련하는 등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보험 징수업무 통합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국무조정실에 설치된 '사회보험 통합징수 추진기획단'과도 긴밀하게 협조해 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 국회에서 구체적인 EITC 도입법안과 사회보험료 통합징수에 관한 법안이 확정되는 대로 범정부차원에서 제도의 도입 취지와 내용을 국민들에게 적극 알리는 한편, 새로운 제도를 운영할 인력과 조직을 확충하고, 종사직원의 복지마인드를 제고시키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겠습니다.


▶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는 과세당국의 공통된 숙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카드활성화와 현금영수증제도 시행 등으로 '05년 민간소비지출 중 신용카드·현금영수증 발급대상 215조원의 약 75% 정도(161조원)가 자동노출, 과거에 비해 자영사업자들의 과세표준이 상당부분 현실화되었으나 아직도 일부 고소득 자영사업자의 경우 번만큼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국세청에서는 우선 고소득 자영업자의 과세정상화를 최우선 추진과제로 선정해, 지난 2005년 12월부터 탈루혐의가 많은 고소득 자영사업자 1103명에 대하여 3차에 걸쳐 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며 312명에 대한 4차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소득 전문직 등 과세정상화가 취약한 업종별로 관리 필요성이 큰 주요 사업자 4만여명을 선정하여 신고내용, 사업실상 등을 분석하여 성실신고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와 같은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세무조사의 파급효과가 자영업자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으며 성실신고 움직임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재경부 등과 협의하여 자영업자 과세 정상화를 위한 세원투명성 제고 대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탈루혐의가 큰 고소득 자영사업자에 대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고의적·지능적 탈세자에 대하여는 조세범으로 적극 처벌하는 등 엄정히 대응할 계획입니다.


▶ 2004년은 예산에 3.5조원 미달했고, 2005년에는 세입을 2.1조원 감액한 추경예산이 편성되어 그 예산을 0.6조원 초과 달성했습니다.

이는 소득세율 1%p 인하 등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감소를 비롯한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예산편성 시 예측한 각종 경제지표에 대한 전망이 실제 실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006년은 부동산투기억제 대책에 따른 거래투명성 제고, 법인 영업실적 회복 등 세수여건의 호전과 더불어 치밀한 신고지도, 음성탈루소득 과세강화, 현금위주의 체납액정리 등 연초부터 체계적인 세수관리를 한 결과 세입예산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아울러 세무조사는 본래 목적인 성실신고 유도 기능에 충실하게 운영하고, 세수를 채우기 위한 세무조사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세무조사를 통한 직접 세수는 국세청 소관 세수의 약 2.5∼3% 수준에 불과하고 세무조사 축소가 세무조사 약화로 인식되지 않도록 고의적·지능적 탈세자에 대해서는 보다 엄정하게 조사할 것이기 때문에, 세무조사 축소가 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제가 취임한 이후 국세청의 인사는 더 이상 임용구분이나 출신지역과 같은 연고주의적 배경이 아니라, '누가 더 실력을 갖추고 조직기여도가 높은가' 즉 개개인의 역량과 성과가 모든 인사에 있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9급 출신인 박찬욱 국장을 서울청장으로 발탁하고 최근에 사무관 승진 등의 인사 배경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93%를 차지하는 6급 이하 하위직원들의 고위직 진출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능력과 실적에 따라 유능한 직원은 승진

소요 최저연수만 경과하면 과감하게 발탁, 앞으로도 9급이나 8급에서 출발하더라도 최고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는 길을 지속적으로 열어 갈 것입니다.

보직경로도 그간의 관행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바꿀 것입니다. 그간 통상적으로 복수직 서기관이나 초임 행시출신 사무관이 시골 세무서장이나 과장으로 나가는 관행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복수직 서기관 중 능력이 있으면 본청이나 지방청 과장으로 과감하게 발탁하고, 행시출신 사무관의 경우에도 처음 시작을 본청에서 하게 하여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인사라는 것이 서운한 사람이 생기는 법이어서 '잘해야 본전'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제가 지난 6월28일 청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총 17차례, 1945명에 대해 실시한 인사에서 일체의 잡음이 없었던 것은 공평무사하게 인사를 하려는 제 뜻을 국세청 직원들이 잘 이해한 것으로 보아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는 직원들도 제가 추진하는 '능력과 실적을 중시하면서 꿈과 희망을 주는 인사 방침'에 적극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방침을 지켜 나갈 것입니다.


▶ 우리 직원의 80∼90%가 하위직에서 공직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하위직에서 시작해도 반드시 고위직에 오르도록 하겠다는 것이 제 의지입니다.

그런데 시킬 사람이 없습니다. 왜 없을까. 과거에 인재양성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위직에서 고위직에 오르려면 평균 30년이 걸립니다. 그러면 최소 55세가 넘게 됩니다. 올해 행정고시출신 초급간부를 15명 요청을 했는데, 7명밖에 보충이 안됐어요. 앞으로 고시출신이 적기 때문에 하위직 출신 직원들이 성장해서 부족부분을 메꿀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8∼9급 출신들을 과감히 양성할 생각입니다. 서울대나 연세·고려대 등을 찾아가 "국세청에 와라. 와서 3∼4년이 되면 따라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직접 리쿠르트도 할 생각입니다.

과거 연공서열식 인사는 이제는 안됩니다. 각 단계별 특별승진자를 늘리도록 지방청장들에게 의무화 시켰습니다. 최저연수만 되면 과감히 발탁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니까 평균 승진연수가 2∼3년 줄어들더군요. 이 과정에서 53년 이전 출생자들의 희생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일반직원들이 최소 40대 초반에 5급으로 승진되도록 하겠습니다. 각 직급단계별로 특별승진을 하게 되면 7∼8년은 빨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도 특별승진자가 1∼2명 고위공무원단에 진입, 하위직의 희망을 주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육사출신은 더 줄고 고시출신도 적습니다. 이렇게 간부를 양성할 것입니다.

리더의 역할은 일 뿐만 아니라 인재양성도 해야 합니다. 차기 국세청장과 차기 조사국장 등 10∼20년 후를 보는 것이 리더의 책임입니다.

국세청은 젊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면 일이 안됩니다. 그래서 명예퇴직으로 어느 정도 길을 열어줘야 후배에게 기회가 갑니다.


▶ 올해도 역시 인사청문회 등에서 밝혀 왔듯이 '따뜻한 세정'을 정착시키게 하는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재임 중에 자영업자에 대한 조사는 계속하겠습니다.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영업자 세원관리는 강화할 것입니다.

세무조사의 건수와 기간은 줄이되 양보다는 질적인 조사에 치중해서 '한 건을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세무조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원시장부의 은닉이나 파기 등을 고의적으로 하더라도 마땅히 처벌하지 못하고, 국세청은 다른 방법으로 이를 찾아야 하는 등 숨바꼭질이 계속됐습니다.

그런데 조세범처벌법을 보니까 처벌할 방법이 있더군요. 그래서 취임 이후 원시장부의 폐기나 은닉을 한 납세자에 대해서 일단 조세범처벌법에 따른 절차를 철저히 밟도록 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대신 성실납세자의 부담은 없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중소기업이나 무역업체, 수출기업 등에 대해서 조사를 유예하겠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곧 발표할 생각입니다.

특히 1월 초에는 리즈캐슬그룹 회의가 있습니다. 리즈캐슬그룹은 세계 세정에 앞서가는 집단입니다. 앞으로 국제조세와 관련한 가이드라인도 사실 여기에서 좌우하게 됩니다.

앞으로 글로벌 사회에서 과세권을 누가 갖게 될 것인가와 관련해 중요한 싸움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번 리즈캐슬그룹에서는 우리가 발표를 하게 돼 있습니다. 발표내용을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OECD국세청장회의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역시 내부승진 출신의 국세청장님 답게 국세행정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예리한 통찰력을 갖고 계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국세행정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바쁘신 가운데도 특별대담에 응해 주신 것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