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 "기재부, 공공기관 평가 권한만 챙기고 책임은 회피"

"경영평가 부실로 감사원 지적받았지만 변화된 것 없어, 제도개편 시급"

공공기관 평가단, ▲평가지표 임의 변경 ▲평가기관으로부터 경제적 대가 받는 등 경영평가 부실 운영 

기재부 ▲공공기관 평가지표 설계 ▲평가위원 구성 ▲평가 수행 모두 주체하지만 평가 독립성 핑계로 관리 소홀 

"평가권한 주무부처로 이양해야"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부실하게 운용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평가권한을 주무부처로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감사원으로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운영'에 대한 감사를 받고 총 12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지적받았다.

먼저 기재부는 2019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과정에서 4개 기관의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 관련 평가지표의 등급이 잘못 부여됐는데도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개최 이틀 전인 2020년 6월 17일까지 오류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잘못을 뒤늦게 알아차린 평가단이 오류를 수정하면서 4개 기관의 종합 등급이 변동되고 타 기관들의 순위가 바뀔 상황이 되자, 이를 막기 위해 평가위원들이 임의로 다른 항목들의 점수를 삭감했다.

기재부의 관리 부실에 대한 문제는 또 있었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위원이 임기 중에 평가 대상 기관에서 경제적 대가를 받을 경우, 5년 동안 위촉을 제한하도록 했지만 기재부는 규정을 완화해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2020년 간 위촉된 평가위원 323명 중 절반 가량인 156명이 평가 대상기관으로부터 자문료, 회의참석비 명목으로 1인당 평균 300~550만원의 경제적 대가를 수령했다. 기재부는 이들이 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다수를 평가위원으로 재위촉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2018년 규정을 위반한 위원 54명 중 46명이, 2019년과 2020년 규정을 위반한 위원 중 재위촉된 인원은 각각 30명과, 14명이었다. 기재부가 과거 평가위원이었지만 직전년도에 위원이 아니었던 경우, 최근 5년간 1억원 이하의 경제적 대가를 받았어도 제한 조치를 하지 않도록 검증 기준을 완화해서 운영한 것이다.

이런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기재부는 '평가단이 경영평가의 전권을 갖고 독립적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기재부가 최종 평가등급 적정성을 점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지표 설계, ▲평가위원 구성, ▲평가 수행 모두 기재부가 주체인 상황에서 평가단의 독립성을 핑계로 기재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일영 의원은 "기재부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평가지표도 대폭 변경하고, 경영평가단 100여명을 모두 기재부가 위촉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평가가 기재부로부터 독립적이란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기재부가 공공기관 평가에 막강한 권한을 가졌음에도 책임은 회피하는 행태가 감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감사원과 국회의 요구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감사 지적을 받은 이후에도 공공기관 평가에 대한 관리․감독 문제들이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재부가 공공기관 운영 및 평가의 업무를 맡을 자격이 있는지, 국정감사를 통해 철저하게 파헤치고 평가권한을 주무부처로 이양하는 등의 제도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