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금통위 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서 소신 발언
李 "8월에도 내부적으로 금리 인하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 있었다"
"적은 폭 금리 인상으로 빠르게 물가 안정 달성한 건 긍정적 평가 받아야"
"부동산 PF, 외환시장 불안 문제 등도 큰 문제 없이 관리해와" 자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지난 8월 한은의 금리동결 시 실기(失期)한 게 아니냐는 기관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서 "그 평가는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1년쯤 시간이 지나 평가해 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평가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 표명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ㅍ인트(p) 인하했다. 2021년 8월 0.25%포인트(p) 금리인상 이후 3년 2개월 만이고 2020년 5월 0.25%p 인하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첫 기준금리 인하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낮추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실질적으로 금리가 3.5%까지 올라갔을 때는 물가상승률이 6%까지 올라가는 그런 상황에서 올렸던 것"이라며 "그다음에 한동안 유지를 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기를 기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지금 인플레이션이 2% 이하로 떨어진 입장에서 보면 기준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긴축적인 수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뒤, 그는 "경기가 과열됐다든지 이런 상황이면 긴축적인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내수가 회복 중이라 하더라도 잠재성장률보다는 낮은 수준이고, 또 경제성장률 자체도 잠재성장률보다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기준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긴축적인 수준으로 갈 이유는 없다고 본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준금리 인하 결정 실기(失期) 지적엔 "사실 실기를 했느냐 안 했느냐는 것은 내수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하는 시점인지 아니면 금융안정도 한꺼번에 고려하면서 하느냐에 따라서 그 평가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연히 한은은 금융안정도 고려하면서 (통화정책)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러한 판단이 옳았을지는 지금 당장은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1년 정도 시간이 더 지나서 우리의 경기 상황과 금융안정이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그것을 보고 평가해 주시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에도 내부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그 당시 서울 지역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20% 급등하기 시작하고 부동산 가격이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빨리 올라갈 위험이 보였다"면서 "그 상태로 가기 전에 사전적으로 조치를 하고 금리인하가 주택 관련 심리를 추가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가 얘기하고 거시건전성 대책을 강화한 다음 (금리인하) 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정부와 협조 하에 어느 정도 가계대출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금리를 8월에 인하하지 않은 것이 실패한 것이냐 아니냐 이런 질문은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어났는데 그것을 예상하고 한 것인지 오히려 주장하는 측에 물어봐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지난 2년 동안 고물가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더하지 못해 이런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주장하며 그래서 그 간의 한은의 통화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한다"며 "그 비판에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년간의 물가안정,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과정은 이미 한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물가목표 2%를 달성했고, 그 과정에서 부동산 PF, 외환시장 불안 문제도 큰 무리없이 관리했다고 생각한다"며 "물가상승뿐만 아니라 PF 부실 우려가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인상했다면 지금 자영업자들의 고통과 내수 부진이 훨씬 더 심각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항변했다.
이 총재는 "주요국보다 적은 폭의 금리인상으로 보다 빠르게 물가안정을 달성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일이라"며 "저에 대한 성과보다는 한국은행 직원들이 정말 예측도 잘했기 때문에 적어도 2년 간의 한은이 했던 정책에 대해서는 전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