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열리는 정상회의에 24개국 국가원수 참석
"푸틴 메세지는 서방 제재로 인한 러 고립 실패했다는 것"
세계 결제망 퇴출당한 러…암호화폐 등 대체 결제망 제안
"주요 관심사는 미국 달러의 패권을 깨는 것"
중-인도 간 충돌 등 내부갈등이 주요 걸림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BRICS 정상회의의 만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주 BRICS 정상회의를 통해 20개국 이상의 국가원수를 만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통해 서방의 제재와 외교적 압박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을 과시할 예정이며 나아가 미국 달러가 지배하는 국제 금융 결제망의 대체안을 제안하는 등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BBC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부터 3일간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카잔에서 열리는 BRICS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 등 24개국의 국가원수와 만난다.
BRICS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국가 국제협력체로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 다섯 개 국가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끄는 이 협력체는 현재 전 세계 GDP의 약 28%, 인구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최근 가입한 이집트,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에티오피아의 국가 원수도 참석하며 향후 BRICS에 가입할 의향을 보이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팜 민친 베트남 총리도 참여할 예정이다.
BBC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의를 통해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았음을 알리고 동맹국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짚었다.
컨설팅 회사 마크로아드바이저리의 크리스 위퍼 창립자는 BBC에 "분명한 메시지는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푸틴 메시지는 러시아가 제재를 견뎌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BRICS) 표면 아래에 균열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정학적 관점에서 러시아는 이 모든 친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은 모두 러시아의 파트너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달러화가 지배하는 국제 금융 결제망의 대안으로 암호화폐 등의 디지털 통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위퍼는 "러시아의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국경 간 무역 및 지급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그중 많은 부분이 미국 달러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세계 결제 시스템인 SWIFT에서 퇴출당한 러시아는 BRICS 국가와 미 달러, 유로 또는 G7(주요 7개국) 통화를 포함하지 않는 대체 무역 메커니즘과 국경 간 결제망을 만들어 이 같은 제재를 피하고자 하고 있다.
위퍼는 "미국 재무부는 미국 달러가 주요 결제 통화이기 때문에 글로벌 무역에 엄청난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러시아의 주요 관심사는 미국 달러의 패권을 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RICS의 최근 몇 년간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움직임을 강화해 왔으며 이들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미국 달러의 글로벌 경제에서 지배력을 줄이는 것이다.
협력체는 자체적인 결제망 외에도 서로 간의 무역에서 자국 통화를 더 많이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 사이에서는 공통 통화 도입에 대한 논의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BRICS 국가들은 외환보유고에서 금의 비중을 높이고 달러 외 다른 자산을 포함하는 등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외교 정책 전문가인 아슬리 아이딘타스바스는 브루킹스 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SWIFT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있으나 사용이 제한적이고 튀르키예와 브라질 같은 국가들은 달러 보유액을 금으로 재구조화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에너지 거래에 대한 통화 스와프도 논의를 거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BRICS 내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내부 갈등이 회원국들의 협의 달성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역사적 긴장으로 인해 경제 협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오랜 경쟁 관계에 있다.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수석 경제학자는 "어떤 면에서 중국과 인도가 결코 합의할 수 없다는 것은 서방에 유리한 점"이라며 "두 국가가 정말 진지하다면 브릭스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들이 모두 근본적으로 중대한 내용에 동의할 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