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소액주주가 "재정상태가 나쁜 다른 회사에 연대보증을 서는 바람에 회사가 손해를 봤다"며 前 대표를 상대로 낸 주주대표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김재복 부장판사)는 5일 제일약품 주주 허모씨가 한승수 전 대표이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회사에 20여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제일약품의 대표이사이자 자회사 제일메디텍의 최대주주였던 한씨는 2003년 12월26일 제일메디텍이 하나은행으로부터 17억여원, 우리은행으로부터 6억여원을 대출받는데 연대 보증을 섰다.
그러나 다음날인 27일 제일약품은 이사회를 개최해 기존의 채무 및 제일메디텍이 하나은행으로부터 3억원의 추가대출을 받는데 연대보증을 서기로 결의함에 따라 한씨는 기존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 채무를 면제받았다.
제일메디텍이 2004년 2월 부도가 나는 바람에 연대보증을 섰던 제일약품은 하나은행에 보증 채무 20여억원을 변제했고, 허씨는 "제일메디텍의 재무상태가 나빴는데도 보증을 서서 회사가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보증 당시 제일메디텍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제일약품이 연대보증을 하는 경우 제일메디텍의 채무를 대위변제할 수 있다는 사정을 알 수 있었으나 연대보증을 해 제일약품에 20여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제일약품의 대표이사인 피고로서는 제일약품이 다른 회사를 위해 보증을 함에 있어 제일약품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증할 회사의 재정상태 등을 확인할 의무가 있으나 피고는 보증 여부의 타당성을 분석했다는 자료나 제일메디텍의 성장가능성, 장래 채무상환능력 등을 판단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제일메디텍의 부도는 제일약품의 보증 후 2개월만에 발생했고 우리은행도 2003년 12월 추가대출 신청을 받았을 때 영업전망이 좋지 않아 대출을 거절한 것으로 미뤄 제일메디텍의 자금사정을 몰랐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