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세미나에 사무국직원들 대거 동반
주민등록 말소자에 지방세.교통과태료 고지서
중앙정부가 160억원짜리 고가 건물을 매입한 뒤 2년간 사용하지 않아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시민들로부터 받았다.
또 미군부대가 사용하지 않는 도로를 확장하는데 지자체가 20억원을 투입한 것도 세금낭비라는 신고가 들어왔으며 주민등록 말소자에게도 지방세.교통과태료 고지서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방의원들의 세미나에 의회사무국 직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도 예산낭비 사례로 신고됐다.
8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에 이런 내용의 예산낭비 사례가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낭비신고센터에 접수됐다.
◇ 고가건물 구입 후 사용없이 관리비만 지출
한 시민은 00동 사거리에 있는 건물(전체 8층)을 노동부가 2004년 12월30일에 매입한 뒤 1년6개월간(작년 3.4분기 신고 당시 기준)을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예산낭비에 해당한다고 신고했다.
기획처 조사결과, 건물 구입비로 157억원이 투입됐는데도 사용되지 않은 채 관리비만으로 3억4천800만원(1년6개월 기준)이 들어갔다. 157억원에 대한 기회비용(이자)까지 감안하면 손실액은 더 크다.
기획처 관계자는 "이 건물은 다시 매각키로 결정됐으나 입찰이 계속 유찰되고 있다"고 전하고 "사전에 치밀하게 사용계획을 세운 뒤 건물을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해당 기관에 보냈다"고 말했다.
또 미군부대 정문에 별도의 출입문과 도로가 있는데도 군용차량 1대도 안다니는 후문 쪽 도로를 군작전 위험도로 개선사업이라는 명목으로 20억원을 들여 확장하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기획처 조사결과, 후문 쪽에는 마을이 있는 데다 평소에 후문 쪽 도로는 군용차량이 다니지 못하도록 통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전 및 군용차량은 정문만 이용해도 충분한 상태라고 기획처는 밝혔다.
더욱이 미군부대의 평택 이전 등이 추진되고 있는 상태에서 거액을 들여 굳이 후문 쪽 도로를 확장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기획처 관계자는 지적했다.
기획처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해당 지자체에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아직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A시 의원들이 `의원세미나를 핑계로 일본으로, 강원도로 놀러다니며 예산을 낭비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기획처 확인결과, 의원들의 세미나 자체는 일정과 취지, 효과 등에서 합당한 행사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강원도에서 2박3일로 열린 의원세미나에 의회사무국 직원 22명 중 절반이 넘는 14명을 동행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한강수에 잠기기기 쉬운 곳에 테니스장
한 시민은 지방에 있는 A시청 옥상의 전광판이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가동되는데, 굳이 통행량이 없는 시간에도 운용하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신고했다.
조사결과, 전광판의 내용은 시정활동에 대한 홍보내용이 많았다. 기획처는 이 시민의 지적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대책마련을 요청했다. 해당 시청은 전광판 가동 시간을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조정할 예정이다.
국세청이 동안양 세무서 부지를 10년간 확보해놓고 건물을 짓지 않은 채 별도로 세무서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는 같은 지역 내 안양 세무서와의 통합에 대한 계획이 여러 차례 변경된데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처는 계획성 있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주민등록 말소자에 대해 지방세.교통과태료 고지서가 발송되고 있어 인적.물적낭비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기획처는 관련 전산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지자체에 보완을 요청했다.
아울러 한강시민공원 강나루지역은 한강수가 굽어져 물살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2억1천만원을 투입해 테니스장을 설치했다가 수해를 입은 것은 장소 선정을 잘못한 데 따른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있었다.
신고자는 이 지역 지면이 낮아 매년 2∼3차례의 침수피해가 발생하는데도 테니스장을 설치한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침수로 망가진 테니스장에 농구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농구장은 테니스장과 달리 물에 잠겨도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기획처는 전했다.
이밖에 ▲경로당 건립 등에 국고지원이 이뤄지면서 불필요하게 자주 건립.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정류장이 너무 가깝게 세워져 있으며 ▲인도 아스콘포장 공사를 한 뒤 얼마후에 하수도공사를 위해 포장을 파헤치고 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