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B등급’...“밸류업 고민한 흔적 있어”
포럼 "SK, 확실한 밸류업은 25%나 되는 자사주 소각“
"회사가 디테일한 내용 밝히지 않으면 시장 신뢰 얻기 어렵다" 일침
SK㈜가 28일 국내 금융권을 제외한 지주사 중 처음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회장 이남우, 이하 포럼)이 회사의 발표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자회사 SK텔레콤의 밸류업 계획 공시 내용에 대해선 '나름 충실'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포럼은 29일 논평을 내고 "SK(주)는 수준급 이사회를 갖췄지만 성의 부족인지 내용이 너무 부실해 (밸류업) 계획에 'D등급'을 부여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D등급'을 부여한 이유로 포럼은 △자본비용, 자본배치원칙 언급 전혀 없음 △발행주식수의 25% 해당되는 자사주소각 빠진 점 △지난 3년, 5년 주가 각각 39%, 42% 하락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반성 및 대책 없음 △차입금 감축은 환영하지만 자본효율성(ROE) 및 주가순자산비율(PBR) 구조적 개선에 대한 상세한 계획 미발표 △주주환원율은 별도 기준으로 유리하게 계산하고 계획은 전체 그룹 대상으로 한 점 등을 꼽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한 마디로 SK의 밸류업 계획이 디테일이 부족하고 진정성도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포럼은 "가장 쉬운 밸류업은 발행주식수 25%나 되는 자사주 소각"이라며 "자사주 규모는 국내 대형 상장사 중 비율(%) 기준 가장 큰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주주 돈으로 최태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배권 보장해주는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SK㈜ 최근 역사는 '기업가치 제고가 아닌 가치 파괴의 역사'라고 지적한 뒤, "최근 ROE 급락과 함께 PBR이 2016년 1배에서, 2020년 0.75배, 올 상반기 0.4배로 추락했다"며 "무분별한 차입과 함께 잘못된 투자로 자산이 지난 3년간 50% 증가했다. 지금 회사가 디레버리징(차입금 감소) 외치지만, 상세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이제는 온전히 ROA 개선에 따른 ROE 회복이 필요한데 회사가 디테일한 내용을 밝히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 얻기 어렵다"며 "지난 4년간 회사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62% 주주환원률 기록했다고 자랑하지만, 주가 밸류에이션이 계속 레벨-다운되는 이유를 이사회와 경영진은 깊이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밖에 자회사 및 손자회사들의 중복 상장 문제도 이사회가 최소한 방향성이라도 제시해야 할 밸류업 과제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전체 그룹에서 유일한 상장기업이다. 자회사와 얼라인먼트 이뤄져서 모두 가치 창출이 알파벳으로 집중되는 구조라고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
포럼은 SK㈜의 자회사인 SK텔레콤의 밸류업 계획은 진정성 측면에서 모회사와 차이를 보인다며 'B등급'을 부여했다.
포럼은 주주요구수익률인 자기자본비용(COE)을 7~9% 인식했고 투자자본이익률(ROIC)과 차입금 추이를 밝힌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경영분석이나 주주 위한 공시자료는 시계열이 최소 10~20년 되어야하는데 제시된 3년치 데이터 너무 짧다"면서도 "ROE 10% 이상, 주식스프레드 (+) 확대 노력, 연결당기순이익 50% 이상 주주환원 등 목표는 환영한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 자본배치 원칙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한편 SK㈜는 지난 28일 주주환원의 안정성과 규모를 키우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재편) ▲재무 건전성 강화 ▲운영 효율화 등 내용을 골자로 한 '기업가치 제고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영문 공시도 포함했다.
우선 주주환원 정책을 한층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밝혔다. SK㈜는 경영실적이나 경상 배당수입의 변동과 상관없이 주당 최소 배당금을 5000원(보통주 기준)으로 설정해 배당금의 안정성을 보장했다. 연간 약 2800억원 규모의 최소 배당을 약속한 셈이다.
또한 진행 중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산매각 이익, 특별배당 수입 등을 활용해 시가총액의 1~2%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소각하거나 추가 배당키로 해 주주환원 규모의 확장성도 열어뒀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주주환원 정책 업그레이드로 2022년 발표한 경상배당 수익의 30% 이상 현금 배당과 시가총액 1% 이상의 자기주식 매입·소각 계획과 비교해 주주환원의 예측 가능성과 폭이 모두 확대됐다"고 밝혔다.
SK는 이와 함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재무 건전성 강화, 운영 효율화 등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본원적 경쟁력 강화 작업에 박차를 가해 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 수준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SK는 이 같은 주주환원 정책 업그레이드와 자본 효율성 제고를 통해 2027년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의 기업가치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 5년간 국내 지주회사 평균 PBR(0.5배)의 두 배 수준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밸류업 계획 공시에는 SK㈜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담았다"며 "주주의 의견을 경청하고 성과를 적극 공유함으로써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기업가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회사 측 발표에도 불구하고 거버넌스포럼은 결이 다른 논평을 내놓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