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금리인하 했지만…금통위원들 "가계부채‧주택가격 유의해야"

동결 의견 낸 장용성 위원 "통화정책 완화 기대, 주택가격 상승 재점화 가능성"

금통위원 "가계부채 계속 유의하면서 금리인하 속도 신중하게 결정"

"성장과 금융안정 간 상충 당분간 지속 가능성…금융안정 불확실성 여전"

"금융여건 완화 시 가계부채·주택가격 민감하게 반응 가능성, 다수 위험요인 존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이 낮아졌고 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금리인하를 통해 긴축 정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주택가격, 가계부채 상황에도 계속 유의하면서 금리인하의 속도를 신중하게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한은이 공개한 '2024년도 제19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에 의하면 6명의 금통위원들은 전원 이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p) 인하하며 긴축적인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pivot)에 나섰다. 2021년 8월 0.25%포인트 금리인상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일이고, 2020년 5월 0.25%p 인하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첫 기준금리 인하다.

의사록에 의하면 A 금통위원은 "국내경제는 완만한 회복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나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진 상황이며, 물가상승률은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전망"이라며 "가계부채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의 영향 등으로 향후 증가규모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p 인하하여 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라면서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용 방향과 관련하여서는 기본적으로 경기와 물가를 고려하는 가운데 가계부채 상황에도 계속 유의하면서 금리인하의 속도를 신중하게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라고 의견을 냈다.

B 위원도 "지난 8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내수 회복세가 더디고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밑돌았다. 이와 함께 정부 거시건전성정책의 효과 등으로 주택시장의 과열이 다소 진정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도 둔화된 데다 미 연준의 빅컷(big cut)으로 외환부문의 리스크도 다소 완화되면서 통화정책 긴축 정도를 소폭 조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 금번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 3.5%에서 3.25%로 0.25%p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성장과 금융안정 간의 상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금융안정 측면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므로 향후 통화정책은 정책기조 전환의 효과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간의 관계를 신중하게 고려하여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해야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C 위원은 "물가는 목표수준에 안정적으로 수렴 중이며,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성장과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통화정책 상충 가능성도 완화됐다"라며 "고려할 때 고물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물가 및 가계부채‧주택가격 수준이 이미 가계의 소비, 청년층 및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제약하는 수준으로 상승한 점, 과거보다 금리인하의 내수증진 효과가 제약적인 점, 금융여건의 완화 시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 등 다수의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라며 "당분간 기준금리는 동결하고 금번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 대외 여건의 변화와 국내 물가, 성장 및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변화 등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D 위원은 "내수 부진의 영향이 누적되면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증가한 반면 금리 인하가 물가를 자극할 위험은 감소한 상황"이라면서 "또한, 최근 금리 인하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이었던 수도권 주택가격 급등 및 가계부채 증가 위험이 정부 정책의 효과로 감소한 데다 정부가 추가적인 정책 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의 추세적 흐름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초기단계이므로 금리 인하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정책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내수, 물가 및 주택가격과 가계부채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부연했다.

E 위원은 "물가와 환율 등 가격변수에서의 부담은 낮아지고 금융안정 측면도 다소 진정되고 있는 반면, 예상보다 미약한 내수와 주요국 경기의 불확실성 등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에 대응할 필요성은 커져 가고 있다"라며 "요구되는 정책 대응으로서, 예상보다 저조한 국세수입으로 인해 재정지출 여력은 제한적인 가운데, 통화정책이 그 완충적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제는 긴축기조를 조정하는 편익이 그 비용을 상회하는 상황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 "현 시점은 과거 금리인하 시기와는 달리 내수 회복과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간의 상충관계가 높아져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여, 향후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산 정도 등을 보아가며 기준금리의 방향을 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원 중 유이하게 기준금리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장용성 위원은 "국내경제는 반도체 중심의 견고한 수출에 힘입어 금년도 연간 경제성장률은 장기 평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용의 경우 취업자 수 증가세는 다소 둔화되었지만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며 총량 지표는 양호한 상황"라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여 만에 1%대로 내려왔다.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지만, 여타 선진국에 비해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을 이루어 낸 것은 나름 의미있는 성과"라며 "주택 가격 상승률과 가계부채 증가세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선호지역의 공급 부족 우려 등 주택가격 불안 요인이 남아있고, 또한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주택가격 상승세를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따라서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의 추이를 좀 더 확인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3.5% 수준에서 동결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부동산 PF 정리 과정을 지켜보며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앞서 금통위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으며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25bp(1bp=0.01%p) 인하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에 대해 장용성 위원은 기준금리를 3.5%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영 방향과 관련해서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중립적 수준으로 점차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성장 측면에서는 전망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만큼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세 등에 여전히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향후 3개월 내의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에 관련해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에서 5명은 3개월 후에도 3.25%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라며 "나머지 1명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5명은 금번 기준금리 25bp 인하가 부동산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상황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향후 경제 여건을 점검하면서 정책을 신중히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1명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작동하기 시작했으며 필요시 정부가 추가 조치를 시행할 의사를 밝힌 만큼 내수의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밝혔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번 결정에 장용성 위원이 소수의견을 내신 것과 연계해서 장용성 위원이 어느 의견을 말씀하셨는지는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라며 "이번 달 결정에서 소수 의견을 내셨을 경우에는 본인이 원할 경우 실명을 밝히지만 3개월 조건부 전망에 관해서는 익명으로 하고 있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영 방향과 관련해서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중립적 수준으로 점차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라며 "다만 성장 측면에서는 전망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만큼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세 등에 여전히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11월 금통위와 관련해 "11월 금리를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는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며 "11월에는 경제전망도 같이 해야 되기 때문에 11월, 10월말 경 나오는 데이터와 가계부채의 안정 추세, 수도권 부동산 가격, 이런 것들의 움직임을 보고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어떻게 전망하는지 한 숫자를 말씀드리기 어렵고 다만 3개월 뒤까지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있는데 거기에 금통위원들이 현 수준이 유지된다면 이렇게 하는 게 좋다고 하는 것을 말씀드렸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