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주씨, 대형 게이트 등장인물보다 더 강력"
김흥주(58·구속) 삼주산업(옛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강도를 더해 가면서 과거 대형 '게이트'에 연루됐던 인사들의 면면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우선 김 회장에게 밀려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에 실패한 김영준씨는 국민의 정부 후반기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가족과 친구들의 돈을 끌어모아 D신용금고를 설립했던 김씨는 당시 이용호씨의 자금줄 역할을 맡아 로비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으며 2003년 이씨로부터 계열사 KEP전자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 재산을 유용하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년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김씨의 이름이 다시 거론된 것은 김 회장의 골드금고 인수 작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김중회(58.구속)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8일 검찰에 구속되면서부터다.
2001년 초 김씨는 이용호씨와 함께 골드금고를 1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일단 30억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했으나 중도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사이 김 회장이 김 부원장 등 금감원 인맥을 동원해 금고 측에 110억원을 제시하는 바람에 인수 작업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영준씨는 자기가 100억원에 사려던 것을 김흥주씨가 110억원에 사간다고 해 계약이 파기되는 바람에 상당히 억울해했다고 한다. 나중에 김흥주씨의 계약도 무산되자 이후 70억원에 골드금고 인수를 재시도하는 등 아쉬움을 버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노조의 반대 등으로 골드금고 인수에 실패한 김 회장이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방의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이름이 등장하는 노진각(46)씨는 2000년 '진승현 게이트' 때도 여러 차례 이름이 거론된 적이 있다.
노씨는 진씨의 비자금 출처로 의심받았던 건설사 D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회사 소유 아파트를 헐값에 매각하고 3억원의 사례비를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이후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어음을 남발하다 징역 3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인물.
김흥주씨는 2002년 11월 노씨가 운영하던 벤처기업 A사가 발행한 20억원짜리 융통어음을 받아낸 뒤 신상식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에게 알선을 청탁, 별다른 담보 제공 없이 전북 전주 J저축은행에서 이 어음을 할인 대출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영준씨와 처음 금고 매각 계약을 맺었다가 김흥주씨에게 돌아섰던 골드금고 대주주 유신종(44)씨는 골드뱅크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던 2000년 3월 김석기 전 중앙종금 대표의 부탁으로 회삿돈 47억원을 대출받아 김모씨의 지분을 매입했다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유씨는 2003년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출국금지돼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김영준씨 등 대형 게이트의 등장인물도 이번 사건에서는 김흥주씨에게 밀리거나 이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용호, 진승현 백'보다 '김흥주 백'이 더 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