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사임으로 갖가지 추측을 불러일으켰던 이주성 전 국세청장이 지난 9일 김흥주씨 로비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최석두 부장검사)의 소환조사(참고인 자격)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주성 전 청장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저녁 단란주점 고스톱사건이 있었던 날 이주성 前국세청장은 무슨 일을 했으며, 고스톱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김흥주씨에게 로비를 했는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2001년 9월 11일은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날. 이 前청장(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이하 이 국장)이 속한 서울지방국세청으로서는 12일로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 2001년 9월 11일 이주성 前청장 일지
당시 이 국장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국장은 이날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상황이어서 별다른 저녁 약속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부식 서울청 총무과장(이 국장의 경남고 후배)이 이 국장에게 "별다른 저녁 약속이 없으면 식사나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청했고, 이 국장은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날 식사자리에는 이 국장과 이 과장 그리고 부산에서 자영업(건자재업)을 하고 있는 이 과장의 고향친구 K씨가 함께 했다. 고향 선후배 3명이 함께 자리를 한 것이다.
이들 3명은 식사를 마치고 이 국장의 집이 가까운 강남의 한 단란주점으로 자리를 옮겼고, 곧 이어 양주 1병과 함께 안주가 들어왔다. 그러나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이 국장이 술을 사양하자 갑자기 '화투'놀이를 하자는 제의가 나왔고, 일행은 3판정도의 '고스톱'을 쳤다. 그러나 이 국장은 이튿날의 국정감사를 의식해 일찍 자리를 뜨게되고 게임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이 국장이 자리를 뜬 뒤 곧바로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의 '암행감찰반'이 현장을 덮쳤다. 이들은 이부식 과장의 뒤를 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반원들은 이 과장의 소지품을 뒤진 끝에 지갑에 현금 20여만원(총리실 주장은 80만원)이 들어있었던 것을 발견했고, 이 돈이 통상 소지할 수 있는 규모일 뿐더러 이 과장이 한사코 자기 돈이라고 진술함에 따라 혐의가 없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이후 이부식 총무과장은 사표를 내고 공직을 떠났다)
■ 이주성은 현장에서 총리실 감찰반원을 만났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대로라면 이 국장은 당시 총리실 암행감찰반을 현장에서 만나지 못했다. 이는 총리실 조사심의관실 역시 확인해주고 있다.
또 암행감찰반이 현장을 덮치는 상황에서 옆문으로 나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문제가 된 단란주점은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었다는 것.
■ 돈 다발을 쌓아놓고 고스톱을 쳤는가
당시 사건에 연루된 3명은 고등학교 선후배이거나 고향 선후배 관계다. 고향 후배는 지방에서 작은 자영업을 하는 사람.
이에 따라 당시 정황상 탁자 위에 "거액을 쌓아 놓고 고스톱 게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변사람들은 얘기하고 있다.
■ 이주성은 김흥주씨에게 감찰무마 청탁을 했을까
이 국장은 서울청 조사2국장을 하기 이전 암행감찰반을 운영하는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의 과장으로 파견돼 1년여를 보냈으며, 국세청으로 복귀해서는 본청 감찰과장을 지냈다.
누구보다도 암행감찰반의 특성이나 생리를 훤히 꿰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총리실 암행감찰반을 훤히 아는 이 국장이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스스로 해결하면 더 쉽게 끝날 상황) 사건무마를 위해 굳이 김흥주씨를 동원했을 가능성이 희박한 대목이다.
더구나 조사무마 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신씨는 당시 금융감독원에서 파견돼 온 사무관급이다. 신씨의 영향력을 감안할 땐 이 사람에게 부탁해도 들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증언자들은 전한다.
감찰반을 마주치지 않아 상황을 모르는 이 국장이 전화로 부탁할 가능성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 이주성씨와 김흥주씨와의 관계는
증언자들은 이 국장이 사건이 벌어진 이전부터 김흥주씨를 알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속사정을 털어놓으며 부탁을 할 만큼 친분이 두텁지는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또 이 국장이 김흥주씨가 만든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들의 모임(형제모임)'의 준회원이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