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토론거부에 함구령까지‥민주주의 억압하는 것"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개헌에 대한 입장이 지난 2006년 2월 '개헌이 대통령 소관을 떠났다'고 한 것에서 개헌 제안으로 바뀐 것과 관련 "국정 운영 마무리 시점에 마무리 할 것들을 챙기다보니 개헌 문제를 그냥 못 본척하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개헌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하고 "이 시기가 아니면 헌법을 손대기 어렵기 때문에 그래서 결심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갑자기 제안했다고 말하는데 언제나 이런 제안은 갑자기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미리 하겠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서 다른 일도 안되고 시끄럽게 할 수 없지 않느냐. 제안은 필요할 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실제로 그 당시(2006년 2월) 제가 개헌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개헌 이야기로 많은 토론이 진행되고 그러지 않았겠느냐"며 "개헌 논의가 무성했겠죠. 그러면 지난해 국정 진행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정략적이란 지적에 대해 "정략적이라 말하는데 정략적이다 말하는 사람들이 다 지난 날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사람들"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야당으로 돌렸다.
노 대통령은 "제 임기 중에는 안 된다는 말도 최근에 와서 하기 시작했다. (개헌이 필요하다고) 얼마 전까지 말해왔다"면서 "그렇게 필요하다고 했던 사람들이 지금 안되겠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정략적"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여론 지지가 앞서간다는 사정 때문에 못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 여론 지지가 앞서가기 때문에 왜 복잡하게 꺼내느냐는 것이죠. 혹시 이런 가능성 때문에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라며 한나라당을 공격했다.
■ "차기대선 주자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
이어 노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 차기대선 주자들과의 만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차기대선에 나서고 있는 분들도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아직은 직접 어떻게 만나자고 할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그럴 필요가 있고 가능성이 있는 지를 면밀히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이 통과되면 다음 대통령은 대단히 안정된 입지로 일할 수 있고 다음 대통령이 자기 임기 문제를 걸고 개헌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부담이 없어도 된다"며 "그래서 만나서 대권주자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설명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오늘 당 초청 모임에 안 오는 걸 보니 응할지 응하지 않을지 모르겠다"면서 "정당들이 대화도 토론도 안 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주어진 과제를 말도 안하고 깔아뭉개는 것은 여론의 지지를 가지고 국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한다고 자부한다고 하는 공당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면서 "거기다 토론 거부 결의안까지 하고 함구령까지 내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차기 지도자들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 나와서 토론하고 자기 논리를 밝혀야 한다"며 "장차 국정운영을 맞겠다고 하는 지도자들이 당장 발등에 떨어지는 이 문제를 외면하면서 장차 국정운영을 잘하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