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탈세 납세자들에게는 무섭기만 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서울 덕수궁 돌담길을 뒤로하고 서울시의회 방향으로 조금 더 걷다보면 허름한 7층 건물이 눈에 띈다. 서울청 조사1국과 2국의 손발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청 남대문 별관이다.
이곳 '호랑이(?) 조사국' 직원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계단. 7층의 건물을 엘리베이터도 없이 매일같이 계단으로 걸어다녀야 하는데다가 무거운 조사서류까지 옮길라치면 웬만한 장정들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근무해보지 않은 직원들은 계단으로 걸어다니면 운동도 되고 좋겠구만이라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한참 바쁠 땐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니다.
남대문별관은 옛 소공세무서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아 사용하고 있어 건물의 노후는 국세청 내에서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6층 이상의 건물에는 응당 있어야 하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관계로 160여명의 별관 직원들이 오르내리는 수단은 오직 계단 뿐. 특히 직원들의 고충을 더하고 있는 것은 조사국 업무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조사서류의 운반문제.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고소득자영업자 등 범칙 및 예치조사가 증가하고 있어, 조사서류 및 예치물들은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계단을 통해 서류박스를 이동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는 것.
또한 조사가 끝나고 예치서류를 돌려줄 때에는 해당 기업 직원들이 직접 와서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해당기업에서는 세무조사 받아 기분 나쁘고, 무거운 서류는 서류대로 계단으로 옮겨야 하니 불평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 별관 직원은 "방문 민원인 중에는 고령의 기업관계자들도 많은데 그분들이 방문할 때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송구스러울 때가 많다"고 전했다.
계단밖에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은 노후청사의 문제를 노후집기 문제로 이어지게 했다.
오래된 집기들을 이동시키기도 쉽지 않아, 현재 남대문 별관 조사1국과 2국 중 절반 이상의 직원들이 60~70년대 주로 사용됐던 옛날 책상과 오래된 철제 캐비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는 열쇠도 파손돼 경칩만 새로 달아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직원들은 "건물이 오래돼 전기배선이나 난방시설 낙후로 화재위험도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노후된 청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의 방법이 있겠지만 인근에 덕수궁이 자리잡고 있는 등 주변여건상 재건축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노후 청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남대문 별관의 경우 공원부지로 구분돼 있어 재건축은 불가능하다"며 "리모델링 정도를 검토하고 있지만 역시 예산이 가장 큰 문제"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직원들은 엘리베이터 설치에 무리가 있다면 짐을 운반할 수 있는 곤돌라라도 설치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남대문별관의 노후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