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고세액공제 현행 유지.. 세무사회 "환영"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정부안, 서민증세 반대 등 정치권 '제동'
정부, 현행 공제규모 반으로 축소하는 시행령 개정안도 '반려'
세무사회 '환영'.. "전자신고세액공제 일방적 폐지 용납 못해"

전자신고세액공제가 현행 유지됐다. 서민·자영업자들의 납세협력에 소요되는 부담이 늘지 않도록 전자신고세액공제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세무사회의 주장이 '서민증세 반대'라는 구호로 정치권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1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현행 유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의안번호 2203522)'이 재석 266인 중 찬성 178표, 반대 85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이는 지난 11월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와 소소위에서 박수영 조세소위원장과 정태호 야당 간사 간에 최종 합의한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불가, 현행 유지'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지난 7월 정부는 전자신고가 정착됐다는 이유로 전자신고율이 낮은 양도소득세(48.6%, 2023년 기준)를 제외한 모든 세목의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올해 9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더불어 세무사에 대한 공제한도도 개인 300만원에서 200만원, 세무법인 7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축소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자신고세액공제는 매년 소득·법인·양도·부가가치세 과세표준신고를 전자신고한 경우 1인당 연간 1~2만원씩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에 세무사회와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기업·납세자단체들도 반발했다. 이들은 전자신고세액공제는 행정비용 절감을 위해 납세자에게 전가한 비용을 보전하는 최소한의 조치로 전자신고가 보편화됐다고 해서 일괄 폐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무사회는 내부 회의를 통해 관련 자료를 취합해 정부와 국회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그 과정에서 세무사회는 지방세무사회와 지역세무사회 임원들을 중심으로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사업현장에서 전자신고로 인한 설비투자와 인건비 상승, 전자서식 개정으로 인한 업무부담, 전자신고 누락으로 인한 가산세 부담사례 등을 수집해 국회 기재위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세무사회에 따르면 납세자가 참여하는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반대 및 납세협력비용세액공제 개선' 탄원 서명운동을 전개해 세무사회는 3만명이 넘는 탄원서를 받아 국회 기재위 박수영 조세소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이같은 노력 등으로 인해 야당은 정부 세법개정안 중 신용카드매출 세액공제 50% 축소방안과 함께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를 대표 '서민 증세'로 반대 입장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기재위 박홍근 의원과 오세희 의원은 전자신고세액공제 반대 기자회견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열린 기재위 조세소위 심사에서 전자신고세액공제가 다시 거론됐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박수영 조세소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간사는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는 경우 디지털 취약계층이나 생업에 바쁜 영세소상공인은 타격을 입게 된다"면서 폐지는 어렵다며 기재위 관계자에게 대안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홈택스 고도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으나, 결국 여‧야 합의로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도록 결정했다.

한편 정부는 포기하지 않고 전자신고세액공제액 축소까지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특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공제 규모를 개정해 부가세 1만원에서 5000원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2만원에서 1만원으로 50%씩 축소하는 방안이었다. 이로써 지난 2013년에 이어 전자신고 정착을 이유로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이번에도 무산됐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구재이 세무사회 회장은 "지난 5개월 동안 폐지 반대 투쟁에 마음을 모아 함께 해준 1만6000여명 세무사 회원과 중소기업단체, 시민단체, 조세학계는 물론, 소상공인의 마음을 헤아려준 국회에 감사하다"라며 환영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팍팍한 사업현장에서 힘겹게 성실납세와 세정협력을 하는 납세자인 소상공인에게 거의 유일한 납세협력비용 보전제도인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일방적으로 없애려는 시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