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금융당국 수장 교체 예상...'경제대통령' 파월 운명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NBC방송 인터뷰서 파월 연준 의장 임기 보장 뜻 밝혀

파월 교체 역할 맡아온 베센트 차기 재무장관 내정자도 트럼프 입장 확인

전문가들, 향후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트럼프 입장 변경 가능성도 있음 시사

신한투자證 "美대통령, 중대 사유 경우 연준 이사 해임 가능"

"OCC와 FDIC 장악한 공화당...연준의 은행 규제 관련 의제 통제할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바이든 정부 하에서 규제 강화를 추진해온 금융 정책당국 수장들을 대대적으로 교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경제대통령'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교체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지난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26년 8월까지인 파월 의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파월 의장 임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일단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2026년 8월까지인 파월 의장의 임기를 단축할 계획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와 함께 스콧 베센트 차기 트럼프 행정부 재무부 장관 지명자도 파월 의장이 남은 임기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그간 파월 의장 임기 전 파월 의장 교체 관련 역할을 수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베센트 지명자는 10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일요일 대통령(당선인)이 이에 대해 말했고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과 재무장관 내정자의 확인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성격을 비추어볼 때 이 같은 결정이 언제 철회될지 모르기 때문에 또다시 파월 의장 임기 논란이 불거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한투자證 "중대사유 있는 경우...대통령, 연준 이사 해임 가능"

신한투자증권 모승규 연구원은 11일 해외 크레딧 분석보고서에서 '사면초가의 경제 대통령 파월' 제목에서 "연준(FRB)의 경우, 대통령은 중대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은행 규제 강화를 주도해온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을 은행 감독직에서 해임하는 것은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통화감독청(OCC)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장악함으로써 '지역은행 장기 부채 규제', '은행 스트레스 유동성 강화' 등 두 기관의 동의가 필요한 공동작업을 무력화하거나, 연준의 은행 규제 관련 의제들을 통제할 수는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주택금융청(FHFA) 샌드라 톰슨 국장도 교체가 유력하다"면서 "트럼프가 정부보증기관(GSE)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두 기관을 관리·감독하는 FHFA 수장도 신속한 규정 개편이 가능한 공화당 인사로 채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이 파월 의장의 임기를 보장한다는 뜻을 전하기는 했지만 경제금융 전반의 의사결정을 함께 해야 하는 핵심 정책기관장 교체가 예상되기 때문에 그의 힘이 상당히 무력화될 가는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5인 임명직 위원(현재 민주당 3명 vs. 공화당 2) 가운데, 게리 겐슬러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의 민주당 위원은 내년 1월 20일로 예정된 대통령 취임일에 맞춰 조기 사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 연구원은 상품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임명과 관련해서도 "위원장 해임 권한에 대한 명시적인 법조항은 없지만 교체는 가능하다"면서 "또한, 미국은 전통적으로 상대 정당이 백악관을 장악하는 경우 CFTC 위원장이 사임하는 관례가 있어, 트럼프는 어렵지 않게 SEC와 CFTC를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 연구원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로히드 초프라 국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이 될 머스크는 SNS를 통해 CFPB를 공개 저격한 바 있다"면서 "이는 초프라 국장이 FTC 위원 재직 당시 Google, Meta 등 빅테크 규제 감시를 강화하면서 업계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프라 국장이 사임하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취임 첫날 그를 해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도 잉글리쉬 CFPB 전 국장이 소송 끝에 사임한 전례가 있고, 2020년 미 대법원도 대통령의 국장 해임 권한을 인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CFPB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드-프랭크법에 의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창설됐다. 우리나라의 금융소비자원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미국 금융감독 핵심기구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는 금융기관의 방만한 영업과 안일한 리스크 관리를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간주, 금융개혁 목적의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을 제정해 금융산업과 은행에 대한 감독과 감시를 강화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중요 금융회사 규제 강화 △금융감독기구 개편 △중요 금융회사 정리절차 개선 △금융지주회사 감독 강화 △지급결제시스템 감독 강화 등이다. 은행의 자산규모가 100억 달러 이상이 되면 CFPB의 감독 대상이 된다.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경우, 지난 9월 임기가 끝난 위원장 교체가 확실시된다고 모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는 취임 후 3대 은행 규제 기관 중 하나인 통화감독청(OCC) 마이클 수 청장 대행(민주당)도 교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FDIC는 5인의 이사회(현재 민주당 3, 공화당 2)가 운영하는데, 이 가운데 두 자리는 OCC 청장과 CFPB 국장이 맡는다"면서 "그루엔버그 FDIC 의장(민주당)도 내년 1월 사임하겠다고 밝혔으며, 힐 부의장(공화당)이 의장 대행을 맡을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정식 의장이 되려면 대통령 지명 후 상원 인준이 필요하지만,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만큼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그러면서 "주요 금융 정책당국 수장들을 공화당 인사로 교체함으로써, 트럼프는 공화당을 통해 연방기관들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규정들을 빠르게 개편할 수 있게 된다"고 예상했다.

한편, 모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JP 모건(Morgan)의 제이미 다이먼 CEO, BlackRock의 래리 핑크 CEO 등 월가 주력 인사들로부터 정부 지출, 은행 규제, 세금, 무역 등에 대한 비공개 정책 자문을 제공받았다는 보도가 나온데 대해 "기업가 출신 대통령이 업계 자문을 받는다면, 은행 규제안은 상당 부분 지연 또는 백지화가 유력하다"고 짚었다.

그는 "기업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는 투자 및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경향이 있지만, 역사적으로 은행업 규제 완화는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라면서 그린스펀 연준 의장(1987~2006년)은 외부 충격이 있을 때마다 증시를 인위적으로 부양시키고 은행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월도 트럼프 1기의 도드-프랭크법 완화에 동참하고 초기 인플레이션 진화에 실패함으로써 미 지역은행 사태에 일조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트럼프 당선인이 이 같은 파월 의장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경우 파월의 임기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