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 끝 기울어진 이란 위상…트럼프 복귀, 중동재편 영향은?

중동 내 지정학적 리스크를 촉발하며 15개월간 지속된 가자지구 전쟁이 일단락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하마스 등 '저항의 축'의 맏형이자 '중동 맹주'로 평가받던 이란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는 오는 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아래 이스라엘의 중동 재편 야심이 실현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중동 혼란 촉발한 가자지구 전쟁 15개월만에 극적 휴전

조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가자지구) 휴전 협정이 마침내 체결됐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합의를 통해 오는 19일(현지시간)부터 휴전에 들어가게 되며 6주간 인질 석방과 군 철수 등의 협상 조건을 이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해 10월부터 수많은 희생자를 내며 이어져 온 가자지구 전쟁이 일단락됐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응해 가자지구 작전을 개시했다. 이후 저항의 축에 속하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민병대 등이 개입하며 지난해 10월에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직접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저항의 축' 수뇌부 궤멸···'중동 맹주' 이란 위상 타격 

이스라엘은 지난주 가자지구에서 무장세력 1만7천명을 제거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하마스 조직의 전멸을 선언했다. 하마스 수뇌부는 참수 작전을 통해 대다수가 사망했다. 지난해 7월 이란 테헤란을 방문한 하마스 정치국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폭사한 이후 수장 자리를 물려받은 야히아 신와르도 3개월 뒤사살됐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포함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지도부를 궤멸시키다시피 했다. 나스랄라는 이란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인물로, 그의 죽음은 이란의 전략적 입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후 '저항의 축'을 기반으로 한 이란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리나 카티브 연구원은 선데이타임스에 "이스라엘의 정말 타격으로 조직의 취약성이 그대로 노출됐으며 이는 이란을 포함해 중동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스랄라의 사망은 헤즈볼라 무력화라는 큰 그림의 일부이자 나아가 이란의 중동 영향력 약세의 서막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란 손발 묶은 이스라엘…"미사일 시설에 상당한 피해"

아울러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이란과 주고받았던 미사일 공격에서 이란의 미사일 기지를 손상시키며 이란의 손발을 묶었다. 이란 외무부는 군의 공중 방어와 신속한 대응 덕분에 피해가 제한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의 군사적 능력에 상당한 타격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이란의 방공망과 미사일 발사 시설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는 이란이 보복을 시도할 경우 이스라엘의 추가 대응에 취약하리라는 것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등에 업은 네타냐후, 중동 재편 야심 드러내

이 가운데 이스라엘은 중동 재편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동의 안보 질서와 힘의 균형을 유리하게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나스랄라 사망 이후 "지역 내 힘의 균형을 수년간 바꿀 수 있다"고 발언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이스라엘은 더욱더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의 복귀가 결정되자 공세를 강화하고 이란의 핵시설 공격을 시사하는 등 강경 발언을 강화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네타냐후가 '트럼프 2기'를 중동 재편을 시행할 일생일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공격 가능성…"트럼프 단발적 작전 수용할 수도"

실제 이스라엘 내에서는 이를 기회로 삼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표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이란의 지하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폭격기와 벙커 버스터 같은 무기 부족과 군사적 충돌로 인한 재가가 너무 클 것이라는 미국의 평가가 걸림돌이었지만 이란의 방공망이 손상되고 헤즈볼라와 하마스가 혼란에 빠진 현재, 공격을 단행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분석가들은 중동 분쟁을 끝내고 싶다는 입장을 밝혀온 트럼프 당선인이 이란에 대한 단발적인 작전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이란 혁명수비대 카셈 솔레이마니 군사령관 암살 작전을 주도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안보보좌관, 對이란 "최대 압박" 예고…"석유 제재해야"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이란을 겨냥한 강경 기조를 예고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이란)의 현금을 제한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석유를 제한해야 한다"며 "우리는 첫 번째 트럼프 행정부에서 효과가 있었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란에 대한 제재가 느슨하다고 비판하는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측근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 이란의 석유 수출은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거의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7월 선출된 '개혁주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달라진 점이라고 짚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제재 완화와 서방과의 협력을 우선시하며 국가 경제를 안정시키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