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헌법재판관 정치적 성향’ 공세에···헌재 “사법부 권한 침해 우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윤석열) 탄핵심판 4차 변론을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법재판관. [사진 = 연합뉴스]
■ 헌재 "재판관 성향 단정 짓고, 탄핵심판 본질 왜곡"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31일 정기 브리핑에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재판관의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짓고 탄핵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사법부의 권한 침해 가능성에 대해 헌재는 우려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천 공보관은 헌재가 심리 중인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심리 대상은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지,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이에 대한 판단은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지 재판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국힘 "헌법재판관, 정치 성향 드러난 과거 행적"
헌재의 이러한 브리핑 내용은 국민의힘 측에서 최근 헌법재판관들을 겨냥해 '정치 공세'를 펼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헌법재판관들의 정치 성향이 드러난 과거 행적들과 특정 정치세력과의 특수관계 등이 속속 드러나며, 법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헌재를 국민들께서 믿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어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3명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밝혀지며 헌법재판소가 아닌 우리법재판소라는 비판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라는 분들의 과거 언행을 한 번 살펴봤더니 이분에게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겨도 되는가"라며 "또 민주당이 이번에 임명하는 마은혁이라는 분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 민주 "대통령 수사·재판 법조인은 수입해야 하나"
여당이 헌재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는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불복 의도가 의심된다며 각을 세웠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31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 대해 이재명 대표와 친분이 있다고 지적하며 헐뜯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 대표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대학 선배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형님, 형님' 한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헌재의 편향성을 주장하는 여당을 향해 "친구·부인·선후배 운운하며 헌법재판관을 공격한다면 윤 대통령을 수사·재판할 검사·판사·헌법재판관은 외국에서 수입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에 아무도 없다"며 "윤 대통령과 대학, 고시, 법조 선후배 아닌 분이 어디 있겠나"라고 쏘아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