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의 네오파나맥스 수문을 통과하고 있는 선박 <사진 로이터>
가자지구를 소유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며 논란을 키운 미국이 이번엔 파나마 운하 통행을 두고 파나마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파나마가 미국의 압력으로 중국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파나마가 정부 선박의 파나마 운하 통행료 면제에 합의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용납할 수 없는 거짓말"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美 "정부 선박 운하 통행 면제에 합의" vs. 파나마 "용납할 수 없는 거짓말"
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미국 정부 선박에 대한 운하 통행료를 면제받았다는 미국 측의 주장을 "용납할 수 없는, 그야말로 용납할 수 없는 거짓"이라고 일축하며 "거짓과 허위 주장에 기반한 양국 관계를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방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주말 물리노 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간 회담 후 양 측이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이날 앞서 미국 국무부는 소셜미디어 'X' 공식 계정을 통해 "미국 정부 선박은 청구 비용 없이 파나마 운하를 이용할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은 미국 정부에 연간 수백만 달러를 절감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마 운하청은 즉각 이를 반박하며 "통행료에 대한 어떠한 조정도 이루어진 바 없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가 확정된 후부터 파나마 운하의 소유권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키웠다. 그는 미국 선박이 운하 사용료를 과도하게 지급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왔으며 운하 장악을 위해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미국의 압력에 따라 파나마 정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해군 함정의 파나마운하 우선 통행을 보장하고, 중국이 주도의 '일대일로'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도 "만족스럽지 않다"며 "운하를 되찾거나 아주 강력한 무엇인가를 원한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파나마 운하'반환 주장하는 이유는?..."美경제·안보 요충지"
1913년 미국이 건설하고 1999년 반환한 파나마 운하는 세계 글로벌 무역의 동맥으로 해상 무역의 약 6%가 이를 통과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운하가 미국의 경제와 안보의 전략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으로 운하를 통한 선박의 73% 이상이 미국 항구를 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들은 남아메리카 남단을 우회하는 대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함으로써 운항 거리를 약 13,000km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운하 운영이 중단되거나 통제가 변경된다면 미국 경제, 특히 배송 차질에 취약한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파나마와 중국과의 관계도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고 있다.
파나마는 2017년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히 해오고 있다. 중국은 파나마의 주요 투자국 중 하나로, 운하 인근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등 경제적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물류 및 공급망 산업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정보분석 기업 FreightWaves의 크레이그 풀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발보아 항구와 크리스토발 항구를 관리하면서 운하 운영을 조종하거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이 운하 인프라에 모니터링 기술을 심어 미국의 군사 및 상업 활동을 감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잠재적 스파이 활동은 미국의 물류와 군사 작전에 대한 전략적 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