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계좌 해외펀드 세금 논란.. '뒤통수'인가 '정상화'인가

정부, 외국납부세액공제 개편.. 외국납부세액 공제 후 차액 지급

개인투자자, 연금계좌 과세이연 혜택 감소로 '반발'.. '이중과세' 논란도

기재부 "과세합리화 측면 커.. 이중과세는 개선 예정"

"세금으로 투자자 외납세액 보전 옳지 않아" 의견도

국내상장 해외펀드에 적용되는 외국납부세액공제 개편을 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과세이연, 저율과세 등 연금계좌의 절세효과를 믿고 투자해 온 이들의 세금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반발과 달리 기존 연금계좌에서 과도한 혜택을 받았던 것이 정상화된 것에 가깝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혜택을 빼앗았다'는 비판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이번 개편은 2021년 개정돼 한동안 유예되다, 올해 시행되는 것으로 '과세 합리화'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금계좌에 불거진 이중과세 문제는 업계와 시스템 개편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 어떻게 바뀌었나

지난해까지는 투자자가 국내상장 미국펀드에서 분배금(배당금)을 받을 경우, 미국 정부가 배당소득세(세율 15%)를 원천징수하면, 국세청이 펀드에 해외에서 납부한 세금만큼을 환급(14% 한도)해 줬다. 이후 투자자가 펀드를 매도할 때, 국내 세율(14%)에 맞춰 원천징수를 하는 방식. 즉, 국세청이 먼저 환급하고, 이후 원천징수하는 2단계 절차가 적용됐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인해 중간 환급 절차가 폐지되었다. 올해부터는 외국에서 납부한 세액을 차감한 후 남은 금액만 펀드에 넣어주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 이에 따라 해외 세율이 국내보다 낮으면 차액을 추가로 과세하고, 반대로 해외 세율이 더 높은 경우에는 별도의 추가 과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투자자들은 상품 성격에 따라 분기 또는 월 단위로 지급되는 배당금에서 외국납부세액을 공제한 후 남은 금액을 바로 지급받게 됐다.

■ 투자자들 분노하는 이유는?

투자자들은 '과세이연' 혜택이 사라졌다는 점에 가장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기존에는 해외에서 배당금이 들어오면, 현지 국가에서 배당소득세를 부과한 후, 대한민국 국세청이 해당 세금만큼 환급해 줬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인해 국세청의 환급 절차가 사라지면서, 연금계좌든 일반계좌든 모두 동일하게 세금을 공제한 후 배당금을 수령하게 됐다. 돈이 돈을 만드는 복리 효과가 사라졌다는 것. 이로 인해 기존 해외펀드에서 받는 배당금에 대해서도 적용됐던 비과세(ISA 기준) 혹은 저율과세(ISA 9%, 연금계좌 3~5%) 혜택이 사라졌다. 이에 자금이 묶이는 불이익을 감수하며 연금계좌에 돈을 넣어야 하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금계좌에서의 '이중과세' 논란도 불거졌다.

연금저축계좌 및 개인형퇴직연금(IRP)은 연금 수령 시점에 따라 연금소득세(3~5%)가 부과된다.

문제는 연금계좌를 통해 국내상장 미국펀드에 투자할 경우, 분배금을 받을 때 미국에서 먼저 세금이 원천징수된 후 차액이 연금계좌로 들어오지만, 이후 연금을 수령할 때 다시 한국에서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사실상 이중과세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도 변경에 대한 설명이나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2021년 개정된 내용이지만, 연금계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은행들은 연금계좌에 대해 그동안 절세계좌 또는 만능계좌라면서 홍보를 해왔는데,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판매를 위해 그동안 숨겨왔던 건지 의문이 든다"며 "정부 역시 개정 시점과 시행 시점 간에 시차가 존재하면 설명을 중간에 몇 번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세합리화라고는 하지만 개인연금을 장려해 놓고 결과적으로 혜택을 줄이는 정책의 방향성, 이중과세 문제에 대한 뒤늦은 대처 등 아쉬운 점이 사실 많다. 사실 혜택이 줄어드는 부분보다 신뢰에 대한 문제가 더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 "국가가 왜 개인 세금을 보전?.. 정상화 한 것"

이번 개편을 정상화 과정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그동안 개인이 해외 국가에 내야할 세금을 국가에서 대신 내줬는데, 연금계좌와 무관한 국민들 입장에선 불공평한 정책이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외국납부세액공제에서는 공제를 받으면 안 되는 분들까지 다 세금으로 보전해 줬다"며 "투자자가 아닌 사람이 내는 세금으로 투자자들의 외국납부세액을 보전해주는 결과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에 이러한 혜택을 보던 개인투자자분들은 오히려 과거에 과도한 혜택을 누렸다고 생각해야지, 앞으로 혜택을 못 받는다고 불만이라고 얘기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세액공제, 건보료 산정 대상 제외, 분리과세 등 나머지 연금계좌 관련 혜택으로 투자 유인은 충분하다는 이야기와, 배당소득세 이중과세 부분은 문제지만 추후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기재부 "과세합리화 차원.. 이중과세 문제는 개선할 것"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번 외국납부세액공제 개편을 통해 과세체계가 보다 합리적으로 정비되었다는 입장이다.

기존 과세 체계에서는 투자자가 국내 상장 해외 펀드를 통해 받은 배당금에 대해, 실제 국내에서 부담하는 원천세율과 관계없이 국고에서 일률적으로 보전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으며, 이번 개편을 통해 이를 바로잡았다는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개편 전에는 외국에서 납부한 세액과 국내 원천징수세율 간 차액이 국고로 보전되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국외 원천소득에 대한 과세 의무가 없는 '면세 국내법인'의 경우, 해외 펀드투자로 받은 배당금에 대해 국세청이 외국납부세액을 미리 환급하면, 국세청이 이후 돌려받을 세금이 없어 그 금액이 고스란히 국고에서 빠져나가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의무보유기간 종료 후 저율과세(9%)가 적용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도 해외 펀드 투자로 배당금을 받을 때 국세청이 외국납부세액(14%)을 먼저 환급해 주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이미 14%를 환급받은 배당금에 대해 이후 9%의 세금만 납부하면 되므로, 그 차액인 5%가 국고에서 보전되는 구조였다.

특히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추후 적용되는 연금소득세율(3~5%)이 해외 배당세율(예: 미국 15%)보다 훨씬 낮아, 국고 유출 규모가 더 컸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해외펀드 투자 시 펀드 단계에서 무조건 배당에 대한 외국납부세금)환급을 다 해줬다고 한다면, 지금은 국내 원천징수 세율과 해외 원천세율을 비교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제도가 합리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연금계좌의 경우 기간도 길고, 그동안 투자상품도 많아 배당·운용·양도소득 등 여러 소득이 통합적으로 관리돼, 이중과세 부분을 개선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여러 방안별 업계의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을 고려해 개선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는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