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약 '엿보기'-후보별 차별화 된 공약은?
제25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전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본격적인 투표일까지 이제 겨우 2주가 남았다. 각 후보진영의 '표심잡기' 행보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세무사회장 선거는 '정책 선거'라기 보다는 '지명도 선거'라는 인상이 짙었다. 그러나 지명도에 의한 선거 결과 만들어진 집행부가 특출난 '성과'를 일궈낸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
특히 현재 업계의 상황이 '만신창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어떤 후보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당락이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각 후보진영의 정책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공약(정책)의 '순도(純度)'에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업계는 그 동안 공약이 공약(空約)이 되어 버리는 상황을 수 차례 목도해 왔다.
그러나 어수선한 현재의 업계 상황은 공약(空約)을 검증해 낼 수 있는 날카로운 시각을 '부산물'로 남겨 놓았다. '정책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 공통과제, '징계양정규정 개정'…실현가능성은? =일단 3명의 후보가(정구정, 조용근, 정은선-이하 기호순)공통으로 내놓은 공약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징계양정규정 개정'이다.
3명의 후보 모두 ▲독자적인 세무회계프로그램개발 ▲지방회 독립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현실적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징계양정규정 개정 문제다. 업계의 최대 숙원이란 점에서 각 후보들이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 부분은 현 회장인 임향순 회장이 차려 놓은 '밥상'에(?) 속한다. 현재 세무사회가 그동안 징계양정규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해 왔지만 주무부처인 재경부의 태도는 여전히 '냉랭함' 쪽에 가깝다.
그나마 최근에 와서 재경부가 전향적 검토의 뜻을 내 비친 것은 현 집행부가 거양한 '성과'에 속한다. 결과적으로 급물살쪽으로 방향이 잡힐 기미를 보이고 있는 '징계양정규정 개정' 문제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새 집행부의 면면을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징계양정 규정 개정문제는 '법의 논리'가 아닌 '힘의 논리'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평가도 내리고 있다.
다시 말해 세무사회라는 조직의 힘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회장, '생떼' 전략이 아닌 정부 부처의 생리를 잘 알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한 인물이 회장이 되어야만 풀어낼 수 있는 숙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세무사 선발인원 축소-'공약(空約)'될 가능성? =작금의 세무사 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가져온 첫 번째 원인이자 '공멸'을 가져올 주범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세무사의 과잉공급'(세무사들만의 판단이지만)문제.
지난 2004년 변호사·회계사는 세무사 명칭사용이 금지되긴 했지만 사실상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당시 세무사법 개정은 '절름발이'이자 오히려 세무대리 일원화(세무사는 세무사법에 의해서만 가능)추진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매년 700명 이상의 신규 세무사 자격자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와 '과당경쟁'을 유발, 시장형편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선발인원 축소' 공약 제시의 배경인 셈이다.
특히 정구정 후보와 정은선 후보가 신규 세무사 선발인원 축소를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만은 분명한 것. 그러나 세무사 선발인원 축소 관련 공약은 현실만 놓고 봤을 때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구정 후보의 경우 지난 2003년 선거시에도 '세무사시험 선발인원 축소'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2년이라는 임기동안 별다른 소득을 얻어내지 못한 채 실패로 끝이 났다. '떡 줄 놈(국세청)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먼저 마신격'이었던 것.
지난 7일 국세청에서도 올해 세무사자격시험과 관련해 선발인원 축소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은 '현행 수준 유지'로 귀결됐다.
사실상 이 문제는 법의 논리는 물론 힘의 논리도 잘 먹히지 않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선발인원 축소는 자칫 국가공인자격제도 전체를 건드려야 하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속하고, 이를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이상 '공허한 약속'이 될 가능성 또한 높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 '공약(公約)'인가-'공약(空約)'인가? =각 후보가 내놓은 공약의 내용 중 천편일률(千篇一律)도 있지만 눈에 띄는 '나만의 공약'도 몇 개 엿보인다.
우선 정구정 후보는 '회계사-세무사 통합'을 카드로 내밀었다. 지난 2003년 선거 당시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자동자격 폐지 논란'을 야기, 오히려 회계사와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 것이 사실.
이와 관련 한 세무사는 "현행 제도상 세무사업무를 할 수 있는 회계사들에게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놓고(별 필요치도 않지만-회계사들의 말) 이제 와서 '뭉치자'고 하면 그 쪽에서 뭐라고 생각하겠느냐"고 '재탕공약'을 비꼬았다.
하지만 정구정 후보는 '못다 이룬 꿈'을 이번에는 풀겠다며 다시 내 놓았다. 회원들이 어떻게 심판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와 함께 90년대말 폐지된 기장보수표와 같은 세무대리 '표준보수표'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 후보의 공약이다.
조용근 후보는 세무사 전용 세무회계프로그램 개발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방법적인 면에서 타 후보와는 '차별화'가 엿보인다. 세무사회 산하에 독립적인 '전산법인'을 설립,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조 후보는 그 동안 이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실현가능성 높은 대안을 마련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세무법인의 대형화'. 이는 취업이 쉽지 않은 젊은 세무사의 시장진입을 측면지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는 세무법인 대형화에 발맞춰 젊은 세무사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설명회' 등을 개최, 회 차원의 취업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은선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지방회 독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 후보가 내세운 지방회 독립 방안은 '지방회의 독립법인화'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정 후보는 '지방회 법인화 추진팀'을 따로 구성, 심도 있게 검토 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