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주택공급제도 운영 및 토지거래허가 실태 감사결과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공무원들이 직위를 이용, 부동산 투기를 일삼았던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위장전입, 사업용 토지 취득 등 부동산 투기로 거액의 매매차익을 얻는 등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건설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소홀 및 제도상 허점으로 인해 자격미달 당첨자에게 아파트가 공급된 사례가 다수 적발됐으며 예비 당첨자에게 공급되어야 할 미분양 아파트를 빼돌려 관계 공무원이나 분양업체 임직원 등에게 특혜공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건교부와 고양시 등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주택공급제도운영 및 토지거래허가 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 같은 부정을 적발해 내고 관련자들을 파면하는 등 엄중문책하는 한편 건교부에 주택당첨자 검증시스템 마련 등 제도상 미비점 보완을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무주택자 우선공급제와 투기과열지구내 2주택 이상 소유자 1순위 청약제한제를 도입한 후 3년이 다 되도록 일선 시·군·구는 주택건설업체들이 주택소유 여부 확인을 위한 전산검색을 했는지를 파악하지 않았고 건교부도 실태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03년과 2005년 사이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308개 사업주체가 자체적으로 직접 분양한 437개 주택단지 19만8000세대 중 80.5%인 352개 주택단지 15만7000세대가 주택전산검색을 하지 않고 입주자를 확정했다.
특히 이중 28개 주택단지 2만6000세대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공급세대수의 1.3%인 332명이 1순위 청약자격이 없는 부적격자인데도 주택을 공급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건교부에 부적격 당첨자 332명의 주택공급계약을 취소하는 등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선 시·군·구는 당첨자로 관리되어야 할 주택조합(지역·직장, 재건축·재개발)의 조합원 명단을 금융결제원에 지연 통보하거나 통보하지 않고 있어 부적격자가 주택을 공급받은 사실을 찾아냈다.
감사원이 2003년∼2005년까지 수도권과 부산지역 주택조합원 명단 통보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49개 시·군·구 650개 조합중 65%인 421개 조합의 조합원 명단을 통보하지 않아 7만5000여명이 당첨자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아울러 나머지 조합의 명단도 길게는 3년이 지나서야 통보돼 139명의 조합원이 부적격 당첨자로 검색되지 않은 채 투기과열지구내에서 1순위로 주택을 공급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들에 대해서도 주택공급계약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건교부에 요청했다.
대전시 대덕테크노밸리내 7개 주택단지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7개 단지 모두 분양소장과 분양업체 임직원 및 브로커 등이 공모해 예비 당첨자에게 공급해야 할 미계약 주택 및 부적격 당첨자 주택의 로열층을 빼돌려 3000만원∼4500만원의 웃돈을 받고 속칭 '물딱지'로 거래하거나 관계공무원 또는 주택건설업체 임직원에게 특혜공급한 비리도 적발됐다.
또한 건교부가 '세대주와 주민등록을 분리한 배우자와 그 세대원도 당첨자의 세대원에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해 놓고도 구체적인 확인규정을 만들지 않아 상당수 주택단지에서 분리세대 여부 확인 없이 주택을 공급, 부적격 당첨자가 주택을 공급받은 사례도 나왔다.
장애인 등에게 공급세대수의 10% 범위 안에서 실시하는 특별공급제도와 관련해서는 특별공급 신청 자격요건에 '무주택 세대주'로만 규정하고 공급횟수를 제한하지 않아 모 장애인은 전국적으로 71회에 걸쳐 위장전입하는 방법으로 19채의 주택을 공급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공직자들의 직위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등 부정행위도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책연구원의 3급 차장 A씨는 화성시 소재 임야 4082㎡를 자동차 부품생산공장을 운영할 것처럼 취득한 후 공장부지를 개발·매각해 15억4000여만원의 매매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 부처의 서기관 B씨의 경우 실제로는 서울시 송파구에 거주하면서도 농지 소재지인 고양시 일산구로 위장전입하는 수법으로 농지 1048㎡를 부당 취득했다가 적발되는 등 61명의 공무원이 위장전입, 사업용 토지 취득 방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직위를 이용해 토지를 불법 개발해 매각한 관련자를 파면 요구하는 한편 허위공문서 작성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부동산투기 공직자 61명에 대해서는 위법사실을 소속기관장에게 알리는 한편 고발토록 조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