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원 "통장 실소유자 달라"‥'압류 취소' 결정
국세청이 체납세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혼자 사는 노인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예금통장을 압류한 것은 잘못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약 10년간 세금을 내지 않은 납세자에게 정기예금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압류조치를 취했지만, 예금의 실소유자는 따로 있었던 것.
2일 국세심판원에 따르면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는 A씨는 60세 이상의 노인이 가입 대상인 생계형 비과세저축에 3000만원을 예치해놓고 그 이자로 생활해오다가 친구에게 꿔준 5000만원을 돌려 받은 후, 올케인 B씨의 명의를 빌려 다시 3000만원을 예치했다.
그러나 B씨는 지난 1996년 12월 31일 납기로 된 6852만원의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상태였으며, B씨의 명의로 된 3000만원의 정기예금을 발견한 국세청은 예금을 압류하고 채권압류통지를 했다.
국세청은 압류처분과 관련 "금융기관이 명의자인 B씨가 아닌 A씨에게 예금반환채권을 귀속시키기로 하는 약정이 있다고 인정될 만한 증빙서류를 찾을 수 없다"며 "B씨를 예금주로 보고 정기예금을 압류한 것은 정당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예금 거래신청서의 '신청인' 란에만 B씨의 이름이 적혀있을 뿐 비밀번호, 집주소, 전화번호와 거래인감 등은 모두 본인이 기존에 가입했던 예금의 거래신청서와 내용이 같다는 증거를 제시하면서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심판원은 이와 관련해 "A씨와 B씨 명의의 예금 거래신청서 내용이 모두 A씨의 것과 동일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B씨는 형식상 소유자일 뿐 A씨가 실질적인 예금주로서 예금통장의 관리도 직접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A씨와 B씨가 모두 고령인 점과 체납세액의 납세의무자인 B씨의 양도세가 10년 이상 체납된 사실을 보면 B씨는 예금을 예치하기 전까지 무재산으로 인정되므로 국세청이 A씨의 예금을 압류한 것은 제3자의 재산을 대상으로 한 압류처분으로 부당하다"며 '압류취소' 결정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