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읽는 세금] '76.6%'-마지못해 세금내는 근로자

최근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납세자 의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금을 기꺼이 낸다'고 답한 납세자는 32.0%에 그친 반면, 어쩔 수 없이(53.6%) 내거나 빼앗기는 기분(14.4%)이라는 등 부정적인 답변이 68.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점은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납세의식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 세금을 기꺼이 내겠다는 자영업자는 37.5%였으나, 근로자는 23.4%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금을 '어쩔 수 없이' 혹은  '빼앗기는 기분'으로 내는 자영업자는 62.5%(50.0%, 12.5%)였고, 근로자는 76.6%(59.6%, 17.0%)로 14.1%P의 차이를 보였다.

이와 관련 조세연구원은 "근로소득자의 경우 소득원이 투명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내는 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조세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파악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내년 도입예정인 근로장려세제(EITC)의 성패를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납세자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낼 수 있는 동기부여가 선행되지 않으면 소득파악률이 높아질수록 '마지못해' 세금을 내는 납세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납세서비스 개선과 세무조사 강화도 좋지만, 적어도 내가 낸 세금을 국가가 낭비하지 않고 알차게 쓰고 있다는 국민적 신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