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료 금을 이용한 탈세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전군표 국세청장, 최근 국세청 간부회의 석상에서.
"무자료 금 등 탈세 혐의가 높은 업종에 대한 세원투명성 제고대책을 수립하겠다"-권오규 경제부총리, 제41회 납세자의 날 행사 치사에서.
최근 경제정책을 주관하는 재경부의 수장과 국가재정 확보 책임을 지고 있는 국세청장이 '무자료 금지금(金地金)'과 관련한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말이 쉽지 금지금에 얽힌 '탈세'이야기를 꺼내놓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유인 즉슨 탈세방법이 복잡·교묘하고 그 규모 또한 상상을 초월하며, 탈세의 이면에 숨어 있는 법·제도·행정의 미비점까지 파고들어야 하는 '대작업'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금지금은 재경부와 국세청 등 경제부처와 이 문제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골머리를 썩게 만드는 '주인공'입니다. 여기에 더해 국세심판원도 금지금 때문에 몸살 아닌 몸살을 앓고 있는 정부조직에 속하지요.
공식적인 통계가 제시되지 않았지만 최근 한 국회의원이 국세청의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4년∼2005년 1년 동안 국세청이 종로일대에 밀집한 금사업자들을 대대적으로 뒤져 찾아 낸 국고손실액(탈루세금)은 무려 1조19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도 종로일대 금시장에는 (소규모지만)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즉 밝혀진 것 이상의 무언가가 더 있다는 것이지요. 베일이 벗겨지지 않은 미지(未知)의 무언가는 엄청난 규모의 '탈세'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 '터졌다' 하면 수 십·수 백억 "탈세가 기가 막혀" =국세심판원에는 현재 수 십건에 달하는 금지금 관련 과세불복건이 계류 중에 있고 또 많은 수의 관련 과세불복건이 최종결정이 내려져 공개가 됐습니다. 결론은 대부분 '기각(납세자 패소)'이지요.
지금까지 공개된 불복건의 액수는 가히 '메가톤급'에 속합니다.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수 백억, 일부는 1000억원을 훌쩍 넘는 것도 있었습니다.
사실 종로 일대에 가보면 금지금 업체들은 규모가 상당히 작습니다. 대법인도 아닌 소규모 법인(혹은 개인사업자)의 과세불복액이 이처럼 무지막지한 것은 금지금의 부가가치가 높다는 것임과 동시에 속된 말로 '(세금탈루를)제대로 해 먹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지요.
사건의 개요는 대부분 엇비슷합니다(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수 차례에 걸친 거래단계 중간에 '폭탄업체(세금탈루업체)'를 심어둔 뒤 금지금을 '뺑뺑이' 돌려 제반 세금(부가가치세 등)을 부정환급 받아 문제가 된 경우들입니다.
최근에 밝혀졌던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금지금 업체 G사와 L사는 전형적인 '탈세루트'라 할 수 있는 '뺑뺑이 거래<중간 금지금업자, 수출입업자들과 공모한 수입업자→면세중간상→부가세 무납부 폭탄업체→과세중간상→대형 도매업체→수출업체>'를 통해 무려 14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부정환급 받았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은 탈세행각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국세청 세금추징에 불복, '당당하게(?)' 국세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심판원 조사결과 이들이 변칙적인 거래를 통해 탈세를 자행한 사실이 밝혀졌고, 거액의 세금추징을 면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여러 단계의 금지금 매입·매출거래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같은 금지금을 하루에 순환거래, 부가세 횡령업체가 납부하지 않은 부가세액을 최종 수출업체가 환급 받게 하는 변칙거래과정을 기타 금지금 업체들과 공모, 정상거래인양 위장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세청 과세결정은 정당한 것이었다고 결정했습니다.
□ 국가적 골칫덩이 '금지금'=탈세행각을 주도한 금지금 업자들은 대부분 부가가치세 부정환급을 받는 방법으로 부를 챙겼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시 말해 국민들이 십시일반, 납부한 소중한 세금을 교묘히 갉아먹은 셈이지요.
부정한 금지금 업자들이 '국부(國富)'를 강탈했다는 측면에서 볼 때 금지금 탈세 문제는 경제부처 등 범정부적 골칫덩이이기도 하지만 국가적 골칫덩이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국민들을 위해 쓰여져야 할 세금을 빼앗겨 버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측면까지 시각을 확대하면 정부의 정책시행 및 관리감독의 미비점을 문제로 짚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작금의 대규모 금지금 탈세 문제와 관련해 업자들은 제도(면세금지금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를 일부 보완해 현재는 제도상 문제점은 없다는 것이 정책당국의 해명입니다).
아울러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만 '휘휘'한다고 해서 썩은 시장상황이 근본적으로 고쳐질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히려 악덕 금지금 사업자들의 '내성'만 강하게 만들뿐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과거사에 속할 일이지만 과연 지금 업자들이 지목한, 금지금 시장을 이런 지경까지 몰고 간 주범인 '면세금지금 제도'의 이면에는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어 있었던 것일까요?
해답은 잠시 뒤로 미루겠습니다. 어찌됐건 금시장의 폐해가 하루 빨리 말끔히 사라져 일반국민들의 잠재적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