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6년 3월, 김도형 당시 국세청 법무심사국장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파견근무 기간이 끝나 재정경제부로 복귀는 해야 하는데 갈 만한 자리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 당시에는 '타 부처 파견근무자'에게 승진 우선권을 부여하던 터라 (김용민 현 조달청장, 장태평 현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등이 이 제도의 혜택을 입은 대표적 케이스) 김 국장은 재경부 복귀와 동시에 승진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다. |
그러나 여의치가 않았다. 결국 김 국장은 파견 전 직위였던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으로 복귀하느냐 재경부 본부 국장으로 복귀하느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던 것. 김 국장의 선택은 재경부 본부 조세개혁실무기획단 부단장 이었다.
이후 결코 순탄치 못한 길이 계속됐다. 조세개혁실무기획단이 폐지되고 세제실내에 하부조직으로 조세기획심의관실이 생기면서 김 국장은 그대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사실상의 '하향전보'였다.
여기에 더해 최근 있었던 국세심판원장 인선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 마저도 좌절됐다. 연이은 '불운'을 겪은 것. 그러나 김 국장은 지난 20일 고위공무원단 시행 이후 첫 공모라는 치열한 경쟁(최종 5:1로 알려짐)을 통해 세제실 조세정책국장 자리를 당당히 꿰차는 저력을 발휘했다.
□ '빛'을 감추는-'숨은 실력자' =재경부 내 요직으로 불리는 조세정책국장에 입성한 김 국장은 세제분야에서 숨은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꼼꼼하고 명확한 일처리가 강점이지만 겸손한 성격으로 본인의 공적을 남들에게 별로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
그러나 김 국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 국장은 국세청 일선 세무서 등에서 사무관 시절을 보내고, 서기관으로 승진한 후 재경부에서 부동산실명제 총괄반장, 세제실 국제조세과장, 재산소비세제과장 등을 지내면서 상속·증여세 포괄주의와 증권거래세 액면가 이하 과세 등 세제분야의 굵직한 제도를 입안했다.
또한 국세청 법무심사국장 파견기간동안 과세품질혁신위원회와 과세쟁점자문위원회를 만드는 등 부실과세 방지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으며, 이를 통해 국세청의 부실과세 및 납세자의 불복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세청에 법규과를 설치해 법령해석업무를 일원화하고, 법령해석정보의 DB화와 과세전적부심 청구대상 확대 등 국세행정 개선을 위해 힘쓴 김 국장은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파견기간 중에도 열정적인 업무를 수행해 이주성 前국세청장으로부터 신임이 각별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김 국장은 파견을 마치고 재경부로 복귀하는 날까지 국세청에서 남아있는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복귀를 다소 늦췄다는 일화도 있다.
김 국장은 지난 2003년부터 심판원 상임심판관과 국세청 법무심사국장으로 3년여간 근무하면서 납세자 권리구제와 국세행정 관련업무를 두루 해봤기 때문에 조세정책국장으로서 세제-세정-불복 절차 전반에 대한 조율에도 나름의 이점을 가질 것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국제조세과장 및 조세기획심의관 등 국제조세업무를 담당하면서 10여개국과의 조세조약 가서명을 이뤄내는 등 국제조세분야에도 실력을 발휘했다. 특히 전·현직을 통틀어 조세조약 가서명을 10개국 넘게 만들어낸 인물은 이용섭 前국세청장(현 건설교통부 장관)과 김도형 조세정책국장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김도형 신임 조세정책국장 약력]
▲1956년생 ▲충북 단양 ▲행시 21회 ▲경성고등학교-고려대 통계학과(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원 경제학) ▲국세청(충주·청주·강남세무서 총무과장) ▲재무부(국고국 국유재산과, 관세국 관세정책과, 증권국) ▲駐.타이왕국대사관 재무관 ▲재정경제부(금융·부동산실명제실시단 파견, 세제실 국제조세과장, 재산세제과장)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재정경제부(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국세청 법무심사국장 ▲조세개혁실무기획단 ▲세제실 조세정책국 조세기획심의관 ▲조세정책국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