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제25대 한국세무사회 신임 집행부 선거 개표가 끝난 직후, 세무사회장 당선자로 확정된 조용근 당선자(전 대전지방국세청장, 세무법인 석성 회장)가 기자들에게 당선소감을 밝히기 위해 자리했다.
조용근 당선자의 일성은 다름 아닌 "불합리한 세무사 징계양정규정부터 뜯어 고쳐 놓겠다"였다. 이번 세무사회 임원단 선거에 나선 모든 후보들은 하나 같이 '세무사 징계양정규정 개정'(이하 양정규정)을 공약으로 내놓고 치열한 선거 레이스를 치렀다.
'완화'를 골자로 한 양정규정 개정은 세무사 업계의 숙원(宿願)이었다. 양정규정에 대해 과거 업계의 불만은 많았지만 최근 1, 2년 사이 이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 이번 선거판세에까지 짙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사실.
이 같은 업계의 숙원 성취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가 양정규정 완화를 틀로 잡은 개정안을 마련해 조만간 열릴 예정인 세무사징계위원회 석상에서 공식 논의를 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1년에 통상 2, 3번 꼴로 세무사징계위원회가 열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구체적인 개최 시점은 단정할 수 없지만 차기 징계위 안건 중 하나가 '양정규정 개정문제'라는 점에서 볼 때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 '미지근한 감자'가 뜨거운 감자된 이유? =세무사 업계는 그 동안 양정규정 완화 보다는 '세무사징계권 (세무사회)이관'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 이에 반해 양정규정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논의 선상에서 밀려난 인상이 강했다.
양정규정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지난 2005년부터 본격화, 2006년 극에 달했다. 계기가 된 것은 징계를 받는 세무사(이하 세무대리인)의 숫자가 급증세를 보인 때문.
지난 2002년부터 올해 1월까지 개최된 11번의 세무사징계위원회를 통해 징계조치를 받은 세무대리인의 숫자는 총 146명. 2002년 7명, 2003년 4명, 2004년 19명에 불과했던(?) 징계자 수는 2005년 28명, 2006년 51명으로 폭증했다. 올해 1월에 있었던 징계위원회에서도 37명의 세무대리인이 징계철퇴를 얻어맞았다.
이처럼 징계자가 많아진 이유는 경기상황에 민감한 업계특성상 경기침체 여파에 휩쓸려 경영여건이 악화된 측면, 자영업자에 대한 국세청의 고강도 대응체제 구축으로 탈법사실 적발건수가 늘어난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비현실적 구조를 가진 양정규정으로 인해 '징계를 받지 않아도 될 만한' 세무대리인들이 모조리 징계그물망에 걸려들어 징계자의 수치적 증가가 파생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경기침체에 따른 세무사 업계의 전반적인 경영상황 마저 악화되면서 양정규정에 대한 '볼멘 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게 된 것. 결과적으로 논외선상에서 식어 있던(?) 양정규정 문제가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수면 위로 끌어 올려져 뜨겁게 달궈지게 된 셈이다.
□양정규정 완화, 업계의 '숙원(宿願)'이 되다 =한국세무사회는 지난해부터 양정규정 개정 문제를 공론화, 업계의 숙원사업으로 만들었다. 세무사회도 양정규정 문제 해결을 위해 본격적 행보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세무사회 자체적인 완화 방안을 마련해 정부당국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세무사회는 특히 타자격사에 비해(공인회계사, 관세사, 변호사 등) 세무사에 대한 양정규정의 강도가 높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울러 자체징계 또는 별도의 양정규정을 운용하지 않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첨부해 양정규정 완화의 필요성을 정부당국에 강력히 요구했다.
임향순 세무사회장은 건의서 제출 시점인 지난해 6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무사와 타자격사간에 양정규정에 차이가 있고 징계사안이나 유형에 비해 지나치게 (세무사)징계양정이 높다"며 "형평에 맞지 않고 현실성 없는 규정은 고쳐져야 한다"고 밝혔다.
세무사회는 공식적인 건의서 제출 이외에도 비공식적 채널 등을 통해 정부당국에 양정규정 완화를 꾸준히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과거 징계를 받은 박 某세무사가 제기한 징계취소 관련 소송이 승소로 귀결되면서(1심) 양정규정 완화에 대한 업계의 '목소리'가 한층 거세졌다.
올초 세무사회가 선거분위기에 들어서자 양정규정 완화 문제가 더욱 부각됐다. 선거전에 나선 각 후보들이 모두 '양정규정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선거전에 임했을 정도였으며 양정규정 완화를 관철시킬 만한 역량의 유무가 당락을 가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세무사회 어떤 내용 건의했나 =지난해 6월 세무사회가 공식건의한 완화 방안의 핵심은 '수입금액 누락 및 비용과다계상' 부분의 현실적 조정.
특히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세무대리인들의 단골 '죄목'은 수입금액 누락 및 비용과다계상 부분이며 기준금액이 시대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최소 300만원∼최대 2억원) 이를 현실적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 세무사회 건의의 포인트였다.
현행 양정규정상 3000만원 이상의 수입금액을 누락하거나 접대비 등 비용을 과다계상할 경우 직무정지 6개월이라는 사실상의 '사형선고'가 가해지도록 되어 있는 등 현실에 맞지 않게 과도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
이에 따라 세무사회는 수익금액 누락 기준금액(300만원∼2억원)을 전반적으로 인상해줄 것을 건의했다. 아울러 국세청 세무조사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비용과다계상' 부분은 아예 양정규정에서 삭제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와 함께 ▲금품수수·중개·횡령 ▲무기장·부실기장 세무조정 ▲조세신고서류 허위확인 ▲탈세상담 ▲명의대여 ▲사무직원 금품수수·중개·횡령 등 각 징계유형별로 정해진 기준금액(기간)을 조정해 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었다.
